“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지구를 구하는 운동가이다.”
미국 뉴욕 근교 브루클린에 사는 애덤 와이스먼(29ㆍ여)은 며칠 전 일본식 스시로 아침을 먹고 점심은 피너츠와 버터, 저녁은 따끈한 배추 수프로 해결했다.
특이한 점은 그녀가 이 모든 식재료를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냈다는 것. 그녀는 필요한 것들을 길거리에서 찾아 해결하고 잠자리는 거리의 비어있는 빌딩에서 지내고 있다. 의사를 아버지로 둔 중산층에서 자란 와이스먼은 미국의 과소비적인 생활 방식이 지구 환경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같은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물질 만능주의에 탈피해 최소한의 소비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프리건(freegan)이 늘고 있다고 11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인 프리건은 200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하나둘 씩 생겨나 지금은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휴스턴 등에 2만 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생계 유지가 가능한 정도로만 참여하고, 소비를 최소한으로 억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이념인 ‘반(反) 소비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중산층 출신임에도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보수가 낮더라도 자기 시간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뉴욕의 또 다른 프리건인 매들린 넬슨(51)씨는 책방인 ‘반스 앤 노블’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하며 연봉 10만 달러를 받았지만 2005년 회사를 그만두고 자원 봉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건 가운데는 전 투자 은행 전문가, 현직 고교 교사, 택시 운전사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 거리에 버려진 먹거리, 옷, 부서진 가구로 생계를 해결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버려진 빌딩에 지낸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버려져 환경을 해치고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프리건 인포(www.freegan.info), 프리즌키친닷컴(www.freekitchen.com)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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