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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장 평론가 '공지영 소설'에 엇갈린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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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장 평론가 '공지영 소설'에 엇갈린 평론

입력
2007.09.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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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1999) 이후 5년 여의 침묵을 깨고 21세기로 귀환한 소설가 공지영(44)씨. 작가의 ‘마지막 후일담’ 격인 소설집 <별들의 들판> (2004), 사형수와 여교수의 사랑을 그린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5ㆍ이하 <우행시> ),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공동 작업한 장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006) 등 흡인력 있는 서사로 무장한 공씨의 2000년대 작품은 대중적 호응과 함께 냉담했던 평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출간된 반년간 문예지 <작가와 비평> 7호에선 두 소장 평론가가 공씨의 근작에 대해 엇갈린 평을 내리고 있어 흥미롭다.

양윤의씨는 ‘미완의 귀향과 벌거벗은 구원을 위하여’란 평론에서 공씨의 문학적 화두를 “상처투성이 인간이 행복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규정하면서, 작가의 최근작은 이런 문제 의식에 대해 한층 성숙하고 넉넉해진 사유를 보여준다고 긍정했다.

작가가 <봉순이 언니> (1998)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 계층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온 덕분에 요즘 소설에선 90년대 후일담ㆍ페미니즘 소설에서 보였던 희생자-억압자의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가 극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씨는 특히 <우행시> 를 “작가의 정치적 문제의식을 윤리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성공적인 2000년대 판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 <우행시> 는 타인의 죽음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일종의 구원의 계기로 끌어올린 상처받은 두 남녀의 미숙하지만 진정한 사랑 이야기”라며 “오늘날 자신만의 낙원에서 분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인간적인 권유”라고 분석했다.

반면 ‘로빈슨 크루소의 위험한 귀환’을 기고한 장성규씨는 공씨가 “대부분의 소설가가 자폐적 내면의 고백만 반복하는 지금, 여전히 세계와 타자와의 대면을 시도하는 우리 시대의 로빈슨 크루소”라면서도 “로빈슨 크루소가 그랬듯 그 항해엔 자신이 발견한 대륙을 야만의 공간으로 치부하고 그곳에 사는 존재를 철저히 타자화하는 위험이 따른다”는 비유로 작가의 최근 작품을 비판했다.

장씨는 베를린을 무대로 한 6개 단편이 실린 <별들의 들판> 에 대해 “베를린은 표면적 배경일 뿐, 작중 인물과 작품의 초점은 남한의 지금-여기의 삶에 모아졌다”고 분석하면서 이 과정에서 파견 간호사, 망명 운동가 등 독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그곳을 방문한 남한 화자들의 관점에서 편집되면서 그 고유한 역사적 맥락을 잃고 ‘타자화’됐다고 지적했다.

<우행시> 에 대해서도 장씨는 사형수라는 불편한 존재를 “불온성을 소거시킨 교화된 타자로 설정”함으로써 “우리의 내재된 불안을 거짓으로 위안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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