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1999) 이후 5년 여의 침묵을 깨고 21세기로 귀환한 소설가 공지영(44)씨. 작가의 ‘마지막 후일담’ 격인 소설집 <별들의 들판> (2004), 사형수와 여교수의 사랑을 그린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5ㆍ이하 <우행시> ),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공동 작업한 장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006) 등 흡인력 있는 서사로 무장한 공씨의 2000년대 작품은 대중적 호응과 함께 냉담했던 평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랑> 우행시> 우리들의> 별들의> 존재는>
최근 출간된 반년간 문예지 <작가와 비평> 7호에선 두 소장 평론가가 공씨의 근작에 대해 엇갈린 평을 내리고 있어 흥미롭다. 작가와>
양윤의씨는 ‘미완의 귀향과 벌거벗은 구원을 위하여’란 평론에서 공씨의 문학적 화두를 “상처투성이 인간이 행복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규정하면서, 작가의 최근작은 이런 문제 의식에 대해 한층 성숙하고 넉넉해진 사유를 보여준다고 긍정했다.
작가가 <봉순이 언니> (1998)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 계층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온 덕분에 요즘 소설에선 90년대 후일담ㆍ페미니즘 소설에서 보였던 희생자-억압자의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가 극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봉순이>
양씨는 특히 <우행시> 를 “작가의 정치적 문제의식을 윤리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성공적인 2000년대 판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 <우행시> 는 타인의 죽음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일종의 구원의 계기로 끌어올린 상처받은 두 남녀의 미숙하지만 진정한 사랑 이야기”라며 “오늘날 자신만의 낙원에서 분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인간적인 권유”라고 분석했다. 우행시> 우행시>
반면 ‘로빈슨 크루소의 위험한 귀환’을 기고한 장성규씨는 공씨가 “대부분의 소설가가 자폐적 내면의 고백만 반복하는 지금, 여전히 세계와 타자와의 대면을 시도하는 우리 시대의 로빈슨 크루소”라면서도 “로빈슨 크루소가 그랬듯 그 항해엔 자신이 발견한 대륙을 야만의 공간으로 치부하고 그곳에 사는 존재를 철저히 타자화하는 위험이 따른다”는 비유로 작가의 최근 작품을 비판했다.
장씨는 베를린을 무대로 한 6개 단편이 실린 <별들의 들판> 에 대해 “베를린은 표면적 배경일 뿐, 작중 인물과 작품의 초점은 남한의 지금-여기의 삶에 모아졌다”고 분석하면서 이 과정에서 파견 간호사, 망명 운동가 등 독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그곳을 방문한 남한 화자들의 관점에서 편집되면서 그 고유한 역사적 맥락을 잃고 ‘타자화’됐다고 지적했다. 별들의>
<우행시> 에 대해서도 장씨는 사형수라는 불편한 존재를 “불온성을 소거시킨 교화된 타자로 설정”함으로써 “우리의 내재된 불안을 거짓으로 위안하고 있다”고 평했다. 우행시>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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