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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문의가 분석한 '신정아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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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문의가 분석한 '신정아 정신세계'

입력
2007.09.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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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박사학위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도피해 잠적중인 신정아(35ㆍ전 동국대 교수)씨는 최근 친분이 있는 <중앙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예일대 박사 학위는 2005년 5월에 분명히 받았다”, “난 변(양균) 실장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동국대와 검찰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발표에 대해 반박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12일 신씨는 여전히 스스로 했던 거짓말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 ‘타인에 대한 공감불감증’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남궁기 연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신씨가 새로 밝힌 반박에 대해 “잡혀 온 소도둑이 ‘새끼줄을 잡았더니 소가 따라왔다’고 변명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비단 범죄인이 아니더라도 전문직 고학력자 사이에선 죄를 짓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신씨의 경우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현상이 심한 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신씨는 결과적으로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동국대 측에 피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신씨는 이미 드러난 가짜 학력위조와 관련해 줄곧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가짜 학력위조 의혹이 확산되던 7월 “학력 위조 사실이 없다”는 발언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대학(또는 대학원) 졸업 사실 여부를 묻는 말조차 “확실히 졸업했다” 또는 “졸업하지 않았다” 대신 “확인 중”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을 늘어놓고 있다. 심지어 “캔자스대를 나왔냐”는 질문에는 “그건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연히 신빙성이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도 언론이 괜히 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10년을 20년처럼 일했는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정신과 의사는 “신씨는 지금까지도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는 정도가 심할 경우엔 거짓말 탐지기조차 이를 감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씨가 ‘피해망상’에 잡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말하자면 자기도 ‘사기 사건의 피해자’이자 ‘사회적 약자로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씨는 “10만 달러를 들여 사립탐정을 고용해 박사 논문을 도와준 가정교사를 찾고 있는 중”이며, “(각종 루머가 나도는데) 내가 싱글이고 여자인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원 인제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거짓말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하나 둘 쌓여 이룬 성공과 자긍심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전문가의 심리 치료는 물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애정어린 도움이 따라줘야 진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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