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리스트’의 불똥이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넘어 정치, 경제, 교육, 미술, 종교계 등 한국 사회 전반의 거물급 인사로 확산될 조짐이다.
11일 검찰과 미술계에 따르면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컴퓨터를 압수한 검찰의 이메일 복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거짓 학력과 뛰어난 화술, 공손한 처신을 앞세워 신씨가 지도층 인사와 구축한 인맥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신씨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미술계의 한 인사는 “신씨가 신데렐라로 각광을 받을 때부터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며 “터질 게 터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씨는 평소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말을 자주했는데, 현 정부 실세 정치인과 ‘국민의 정부’ 시절 핵심 실세들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쓸 정도의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술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정치와 재계의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미술계와 친분을 구축했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이던 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도 제2, 제3의 변양균 속출 가능성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이메일과 화상 데이터 복원 작업은 현재 중반 단계”라며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씨와 이메일을 주고 받은 인사들의 면면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씨가 검찰 수사에 대비, 나름대로는 이메일을 완벽하게 삭제했으나 첨단 기술로 무장한 수사진들이 죽은 이메일을 살려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신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수 십 년간 쌓아온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할 거물급 인사가 속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변 전 실장처럼 ‘가까운 사이’의 낯뜨거운 내용이 담긴 이메일은 아니더라도 청탁 또는 비호와 관련된
이메일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짓 학력의 30대 여성의 사기극 수준에 머물렀던 신씨 사태가 사회 지도층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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