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비밀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 당신과 당신 가족, 당신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 목숨을 유지하고 싶다면…”
10일(현지 시간) 새벽 콜롬비아 서부 도시 사르살의 허름한 농가.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콜롬비아 정예 특수 부대원 수백명이 소리없이 들이 닥쳐 경호원을 무장 해제 시키고 농가를 장악했다.
이어 농가 주변 수색에 나선 특수 부대원은 덤불에서 팬티와 T셔츠 차림으로 벌벌 떨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체포했다.
무자비한 테러와 살상으로 10여 년간 세계의 코카인 밀매 시장을 주름 잡아온 콜롬비아 최대 마약 조직 ‘노르테 델 바예’의 두목 디에고 몬토야(49)의 마약 인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몬테야가 운영해온 ‘노르테 델 바예’는 코카의 재배에서부터 마약 생산 공정, 밀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유일한 조직으로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으로 밀수되는 마약의 70%가 이 조직을 거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FBI에 따르면 이 조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미국에 100억 달러(약 97조원) 어치에 해당하는 500톤의 마약을 밀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FBI는 몬토야를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10대 현상 수배범’으로 지명하고 현상금 500만 달러(약 47억원)를 내걸었다.
몬토야가 지하 마약 세계를 지배해온 방식을 살펴보면 복수와 배신이 난무하는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대부’를 연상케 한다.
2002년 몬토야의 오른팔이자 ‘노르테 델 바예’의 2인자였던 전직 경찰 출신의 빅토르 파티노는 미국 FBI에 체포되자 감형을 조건으로 조직에 관련된 기밀을 제공했다.
얼마 후 콜롬비아에 거주하던 파티노의 부인과 딸, 남동생 등 35명이 잔혹한 고문과 구타 흔적이 있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최대 마약 조직이던 메데진의 와해를 틈타 지하 마약 세계를 장악한 몬토야는 1,000여명으로 구성된 ‘로스 마초스’라는 암살 전문 경호대를 운영해 배신자와 경쟁 마약 조직에 대해 무자비한 테러와 보복을 자행해왔다.
로스 마초스는 그간 콜롬비아 마약 밀매 업자와 민간인 1,5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몬토야가 당국의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관료, 군 장성, 국회의원 등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해 유착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02년 집권한 알베로 우리바 대통령이 몬토야와 결탁한 군 장성과 고위 인사들을 척결하고 대대적인 마약 조직 소탕에 나서면서 몬토야는 도피 생활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날 몬토야의 체포를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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