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날이라 길거리만 한산하면 뭐합니까. 만원버스에 숨도 못 쉬겠어요.”
10일 오전 7시 서울 종로2가 보신각 앞. 20여명의 교통 경찰관이 ‘삐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세종로에서 동대문으로 이어지는 종로 거리(동서방향 2.8㎞ 구간)를 통제하자 콩나물 만원 버스에서 쏟아져 내린 시민들이 가뿐 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가 시행한 ‘차 없는 거리’ 행사로 도심 교통량이 줄어드는 등 교통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이날 “해당구간에서 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대해 통행을 제한한 결과 시내 자가용 교통량이 일주일 전인 9월 3일보다 22.8%(57만3,361대 → 44만7,421대) 줄었다”며 “교통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녹색교통운동에 따르면 차량운행 통제된 종로의 통행속도는 12.5 km/h(15.9km/h → 28.4km/h)로 증가했고 청계천, 퇴계로 등의 우회도로도 11 km/h 빨라졌다.
오전 한때 동대문과 세종로 사거리에서 차량을 돌리느라 다소 혼잡이 빚어지고, 종로 주변 우회도로인 을지로나 청계천로, 원남동길 등에 차량이 몰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평소 월요일에 비해 소통이 원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아 깜짝 이벤트로 그친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버스로 출퇴근 하는 회사원 최용이(56)씨는 “시간대를 잘 고르면 좌석에 앉아서 갈 수도 있었는데 오늘은 버스마다 만원이었다”며 “무료 요금혜택과 함께 증차도 했어야 하지 않아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출간시간대 ‘버스 무료승차’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버스 증차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임모(65ㆍ여)씨는 “버스가 평소와 달리 임시 2개 중앙차로로 운행돼 정류장에서 50m 떨어진 곳에 정차해 아침부터 대로변을 한참 걸어야 했다”고 불평했다.
우회도로를 택한 택시ㆍ자가용 운전자들의 불만도 컸다. 직장인 김현예(29)씨는 “월요일 출근길에 충분한 홍보도 없이 주요 길목을 막아버리면 어쩌냐”며 난감해 했다. 택시기사 최모(56)씨는 “서대문으로 향하는 손님을 태울 땐 도로를 우회해야 해 손님들과 요금 문제로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교통량이 많은 시점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시민들은 ‘차를 덜 가져 나오니, 이렇게 길이 뚫리는 구나’하는 사실을 체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동 인원의 26%을 수송하는 승용차가 서울시 전체 도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도로이용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경기도와 공동으로 행사를 치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차없는 날(Car-Free Day)
교통량 감축과 환경개선을 위해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 라로쉐가 처음 도입했다. 현재 유럽연합을 비롯, 전 세계 40개국 1,500여개 도시, 1억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처음으로 지난해 9월22일 차없는 날 행사를 실시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진실희 김재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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