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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연산군 일기서 만나는 '왕의 남자' 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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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연산군 일기서 만나는 '왕의 남자' 공길

입력
2007.09.1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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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지음 / 책과함께 발행ㆍ416쪽ㆍ1만8,500원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보물창고 중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규장각(奎章閣)이다. 이곳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국가의 공식 연대기는 물론, 주요 의례를 글과 그림으로 엮은 의궤(儀軌)를 비롯해 국왕들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어필(御筆) 등 각종 귀중한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장소이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학예사 신병주씨가 15년간 규장각의 ‘보물’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체득했던 지식과 흥미로운 일화를 토대로 출간한 이 책은 규장각 서고를 채운 자료들 중 정수만 뽑아 소개하고 있다.

규장각의 명품 중 첫째인 <조선왕조실록> 은 1대 태조부터 25대 철종에 이르는 조선왕조 47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기록이다. 딱딱해 보이고 읽기 어려운 정사만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실록도 잘 살펴보면 조선시대 어느 날로 순식간에 이끄는 타임머신처럼 흥미로운 보물이다.

조선시대에 무려 1,500번이나 지진이 일어났다고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 의 자료는 현대의 지질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왕의 남자> 의 주인공인 광대 공길은 ‘연산군일기’에 나오는 실존인물이며,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에 대한 언급은 ‘중종실록’에 6번 등장한다. 그렇게 역사는 현재와 과거가 새롭게 숨쉬는 공간이 된다.

정조 이후 왕권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개혁정치의 출발점으로 위상이 높아진 규장각에는 역대 왕들의 글씨는 물론 친히 그린 그림들도 많이 보관되고 있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흥선대원군의 글씨, 풍년을 기원하는 영조의 어필, 왕후들의 우아한 궁체가 돋보이는 한글 편지들도 규장각이 품은 보물들이다.

또 관리들의 생생한 얼굴 모습을 묘사한 초상화 모음집, 생활회화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중국어ㆍ몽골어 교재, 북벌의 웅지가 빛나는 <요계관방지도> 등도 규장각의 목록에서 눈에 띈다.

저자는 규장각을 선조들이 물려준 ‘명품의 밥상’이라 표현한다. 역사의 성찬이 그곳에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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