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정말 셰익스피어가 썼을까.”
셰익스피어의 작품 만큼이나 고전적인 이 의문이 다시 불붙었다. 최근 영국 연극계에서 ‘진짜 셰익스피어가 누구냐’는 논란을 규명하기 위한 학술 토론 캠페인이 벌어졌다.
영국 유명 연극 배우인 데릭 쟈콥비 경과 글로벌 시어터의 전 예술감독인 마크 라이런스는 8일 ‘셰익스피어의 정체성에 대한 합리적 회의’ 선언문을 발표, “셰익스피어 정체성에 대해 정통 학계는 해결된 문제로 간주하거나 금기의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어왔다”며 “이 문제가 학계에서 연구ㆍ출판과 강의의 정식 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셰익스피어 저자 연합’이란 단체도 만들어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잉글랜드 중부의 소읍인 스트랫퍼드 출신의 셰익스피어란 인물을 실제 작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적 교양을 쌓은 적도 없는, 평범한 시골 마을 집안의 서민이 어떻게 당대 법률ㆍ역사ㆍ수학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꿰뚫고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상류 계급의 삶과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구체적 묘사도 마찬가지 의문점이다. 더구나 그가 그 위대한 작품의 작가로서 원고료를 받았다거나 후원자를 얻었다는 기록도 없으며 다만 남아있는 기록은 모두 ‘비문학적’인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셰익스피어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18세기부터 제기돼 왔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주제다. 실제 작가를 두고서도 프란시스 베이컨, 크리스토퍼 말로, 에드워드 드 베르 등의 다양한 설이 넘쳐나 문학계의 대표적 음모론으로도 꼽혀왔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숨겨진 사생아가 셰익스피어란 필명으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선언문에서도 마크 트웨인, 찰스 디킨스, 오손 웰스, 찰리 채플린, 헨리 제임스 등 과거 유명한 셰익스피어 회의론자들도 열거됐다.
이들의 움직임은 학계로도 발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이번달부터 ‘셰익스피어 저자 연구’를 주제로 첫 대학원 과정을 여는 영국 브루넬 대학의 윌리엄 레이히 교수에게 관련 자료를 넘겼다. 레이히 교수는 “이 주제를 학계로 가져오는데 개인적으로 수년간의 고투를 벌였다”며 “이는 합당한 의문으로, 그 중심에는 미스터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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