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굴뚝산업의 상징인 중공업이 비상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정보기술(IT)에 밀려 관심 밖에 있던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332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전세계에서 발주된 13척의 LNG선을 한국 업체들이 싹쓸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상반기에 총 364척, 1,132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의 선박을 수주했다. CGT기준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늘어났고, 수주금액은 332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219억 달러)보다 51.8%나 급증했다.
선박가격도 철강재 가격의 상승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8.3%나 상승, 조선업계의 수익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수주가 급증하면서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 역시 전년동기 대비 14.3% 증가한 4,382만톤(1,346척)을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1,216억 달러 규모로 국내 조선업계가 향후 4년간 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 같이 한국 조선업계의 힘은 끊임없는 기술력 강화와 막대한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배를 뭍에서 만들어 진수하는 공법 개발에서부터 메가블록(선체를 이루는 큰 덩어리의 부분 몸체)을 제작해 공기를 3배나 앞당기는 등 앞선 기술력과 풍부한 설계인력 등 생산기술 측면에서의 혁신 노력은 가히 세계 최고다.
또 선박의 대형화와 고속화 추세에 맞춰 과감한 설비투자까지 이뤄져 ‘조선 세계 1위’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선 ‘빅3’는 올해 설비투자에 2조원 이상을 집중투입 한다.
안정된 노사관계도 조선 강국에 오르는 힘이다. 대우조선은 16년째, 현대중공업은 13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가 상생협력의 길을 걷다 보니 외국 선주들로부터 신뢰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중소형 업체들마저 선박 건조에 앞 다퉈 뛰어들면서 향후 조선 경기가 침체할 경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홍성인 연구위원은 “조만간 세계 선박시장에 초과 수요가 해소되고 중국의 조선설비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위기를 과연 우리 조선업체들이 어떻게 풀어갈 지가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항해 탄탄대로… 증시 '매수 1순위'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주는 올해 역사적인 종합주가지수(코스피) 2,000 시대 진입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눈부신 실적을 바탕으로 한 중공업주의 질주는 올해 남은 기간은 물론, 내년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선의 대장주’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은 올 1월2일 12만6,000원으로 출발, 최근까지 2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가 2,000을 넘었을 당시에도 연초 대비 상승률이 4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체 주가보다 무려 5배 넘게 뛴 셈이다.
이는 현대중공업만의 현상이 아니다. STX조선은 연초보다 약 270% 상승해 더 높이 뛰어올랐고 현대미포조선(약 150%), 상성중공업(약 100%), 대우조선해양(약 90%) 등도 코스피 상승률의 2~4배 수준이나 상승했다. 8월말 분할재상장한 한진중공업도 연일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으며, 두산중공업도 연초보다 240%가량 뛰어올랐다.
주가의 고공행진은 놀라운 실적향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믿음직스럽다. 지난주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장 제조업체 380개 가운데 7개 조선업체는 올 상반기 수출액을 3조9,000억원 확대, 지난해 상반기보다 36.1%의 증가율로 제조업 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수출증가액 상위 10개 가운데서도 현대중공업이 1위,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이 각각 4,5,9위를 싹쓸이했으며 수출액 상위 10개사에도 현대중공업(4위), 삼성중공업(9위)이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들은 전체 주가가 조정장세를 보이는 요즘도 앞다투어 중공업주를 매수 1순위로 꼽고 있다. 3분기 실적향상이 확실한데다 앞으로 3,4년간은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시리즈선을 건조하며 수익성 호조가 예상되는데다 조선업체 중 가장 높은 수익성과 수주 호조세를 지속할 것”(현대미포조선) “본격적인 고수익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대우조선해양) “실적 개선세와 더불어 비조선 분야의 매출이 호조를 보이는 점”(현대중공업) 등 장밋빛 분석 일색이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3분기에도 조선 등 중공업주는 중국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100% 이상의 순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당분간 국내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삼성중공업, 로봇활용 생산 자동화율 65%' 넘버원'
삼성중공업은 최근 매출 목표를 11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고부가가치 선의 수주 비중이 80%를 넘으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세계 최대인 1만2,600TEU급 컨테이너선 13척과 26만6,000㎥를 적재할 수 있는 세계 최대용량 LNG선 4척, 그리고 사상 최고가인 6억6,000만 달러의 드릴쉽을 수주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선형개발 능력, 생산 자동화 및 신공법, 완벽한 품질실현이라는 3박자를 갖추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중공업은 1,300명의 설계 및 연구개발(R&D) 인력과 세계 최대인 400m 예인수조를 갖춘 연구시설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시장인 극지방에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극지용 해양설비, 쇄빙유조선 등 신개념 선박개발뿐 아니라, 동일한 엔진 출력에서 더 많은 화물을 싣고 더 빠른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경제적 선형연구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선박 건조 시 로봇을 활용한 생산 자동화율이 65%로 세계 조선소 중 최고 수준이다. 해상크레인을 활용한 플로팅도크 신공법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연간 15척 이상의 선박을 추가 건조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건조 시 용접 및 도장품질 실명제 정착과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품질기준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고객의 품질지적이 단 한 건이라도 나올 경우 선박을 인도하지 않겠다’는‘품질 마지노선언’을 선포했다.
납기가 지연돼 막대한 금액의 페널티를 물더라도 품질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인도 전에 100% 보완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무결함 선박 인도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또 무재해 사업장을 실현함으로써 발주처의 신뢰도가 높아져 선주들의 지속적인 선박 발주로 이어지고 있다.
■ 현대중공업 , 선박건조시장 15% 점유 '월드 베스트'
현대중공업은 세계 선박 건조 시장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는 월드 베스트 조선소다.
세계 1위인 조선 부문 외에 육ㆍ해상 플랜트와 엔진기계,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등 다양한 사업기반을 갖춰 세계적인 종합 중공업 회사로 발돋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조선 부문 74억 달러를 포함해 총 125억 달러 수주, 최근 연간 수주목표(181억 달러)를 207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대비 2배 이상 늘어난 7,7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 호조는 전 사업부문에 걸쳐 고르게 매출이 늘고, 선박의 발주량 급증에 따라 조선 및 엔진 부문의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5%로 동종업계 타 조선소들에 비해 3배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이는 고부가 가치선인 컨테이너선 수주에 집중한 결과다. 지난 3년간 전체 선박 수주량 중 컨테이너선의 비중을 50% 이상 유지했고, 1만 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32척을 비롯해 총 160여척의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을 갖고 있다.
신성장 사업인 태양광 발전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1월 충청북도와 투자협약식을 맺고 음성군 소이공업단지 내에 30㎿급 태양광 발전설비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또 핀란드 바르질라사와 전기추진 LNG선용 엔진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사 설립 계약을 했다.
중전기 분야에서도 공장 증설과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까지 매출액 225억 달러를 달성,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실천해가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세계 최대규모 플로팅 도크 추가 건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발표한 ‘2011년 매출 15조 달성’이란 중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번째는 기존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이고, 두 번째는 신 사업 진출이다.
기존 사업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국제 분업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생산과 영업, 연구 개발, 금융 중심의 허브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 등이 진행중이다.
해외 사업장에서는 본사의 지원을 받아 지역 특성에 맞는 경쟁력 있는 선종을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함부르크 수드사로부터 4,71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한 것.
대우조선해양의 브랜드에 대한 선주들의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영업과 설계, 자재 지원 등을 담당하고, 실제 선박 건조는 대우망갈리아조선소에서 이뤄진다.
이 수주계약은 국제 분업화를 통해 선주와 모ㆍ자회사가 상호 ‘윈-윈-윈’한 성공 사례다.
대우조선해양은 설비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대형 플로팅 도크 1기 도입과 함께 3,600톤급 해상 크레인과 육상 골리앗 크레인의 설치 등 대형 투자를 했다.
또 올해 길이 380m인 2도크를 590m로 늘이기로 했을 뿐 아니라 2009년 7월 말 완공을 목표로 1,500억원을 투입해 길이 438m 너비 84m인 세계 최대의 해양선박 건조장비인 플로팅(바다부양식) 도크를 추가 건조 중에 있다.
이 플로팅 도크가 완공되면 1만2,6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을 연간 6~7척을 더 건조할 수 있다.
고영렬 전략기획실장은 “고부가가치의 기술 집약적인 제품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며 “조선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진중공업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진중공업은 대한민국 조선 1번지다. 1937년 부산 영도에 국내 최초 철강 조선사로 출발, 국내 조선산업을 이끌어 왔다. 69년 철강어선 20척, 74년 대형선 건조, 77년 석유시추선, 자동차운반선, 화학제품운반선을 국내 최초로 건조하여 수출하는 등 한국 조선 산업사에서 숱한 기록들을 남겼다.
특히 95년에는 동양 최초로 멤브레인형 LNG선을 건조했고, 올해 세계 초대형급인 1만2,800 TEU급의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연속 수주함으로써 조선기술 종가(宗家)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성과로 92년이후 15년 연속 세계 최우수선박 건조사의 영예를 지키고 있다. 또 74년 국내방위산업체 1호 기업으로 지정된 이래 대형수송함(LPX)과 초계함, 상륙함, 수륙양용 공기부양선, 잠수정, 경비정 및 해양탐사선 등을 건조해 특수선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일궜다.
주력사업장인 영도조선소는 8만평에 불과한 열악한 시설 규모에도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과 조선기술의 산실이라는 자부심, 체계적인 시스템, SKID 공법, 댐공법 등 끊임없는 생산공법 개발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조선시장에 맞춰 이 회사는 필리핀 수빅만에 글로벌 조선소 건설이란 새 신화 창조에
나서고 있다.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 70만평 부지에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 7,000여억원을 투자, 조선소 겸 철구공장 건설과 운영을 본격적으로 추진중에 있다. 올 3월에 첫 선박인 4,300 TEU컨선 생산을 시작으로, 9월 탑재를 거쳐 내년 6월에 건조 인도할 계획이다.
장학만기자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수주 3조4,250억원, 매출 1조7,386억원, 당기순이익 1,55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수주로는 343%, 매출은 11%, 당기순이익은 1,296%나 늘어난 실적이다.
특히 상반기 수주는 지난해 전체 수주량인 3조248억원을 이미 초과했다.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수주 목표인 5조7,660억원을 초과하여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해외 발전설비 분야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인도 뭄바이에서 발주처인 타타파워사로부터 12억2,000만 달러 규모의 문드라 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2012년 완공 예정인 이 발전소는 향후 5년간 800MW 초임계압 보일러 5기에 대해 기자재 제작, 설치, 시운전에 이르는 전과정을 두산이 도맡아 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방식으로 일괄 수행하게 된다. 문드라 프로젝트는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발전 프로젝트로는 제일 큰 규모다.
두산은 이 밖에도 11억4,000만 달러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 M 복합화력발전소와 5억 달러규모의 아랍에미리트 M2 복합화력발전소, 5억 달러의 카타르 카탈룸 복합화력발전소, 태국 글로우 유동층 화력발전소 등을 수주했다. 상반기 수주액중 68%에 해당하는 2조3,317억원이 해외에서 수주한 것이다. 지난해 동기와 대비 무려 640% 늘어난 액수다.
업계는 해외 발전설비 시장에서 두산의 경쟁력 확보 노력이 이 같은 성과로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인호기자
■ STX조선
올 2월 LNG선 수주에 성공하며 대형 조선소로 도약한 STX조선은 최근 ‘꿈의 컨테이너선’인 1만2,400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15억 달러에 수주하며 고부가가치 대형선 건조로도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수주는 STX조선이 1만 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 시발점인 동시에, 역대 단일계약으로도 최대 규모다. STX조선은 이번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수주를 계기로 경남 진해조선소를 고부가가치선을 건조하는 대형 조선소로 발전시켜 향후 대형유조선(VLCC), 쇄빙선, 크루즈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경영실적 역시 수직상승하고 있다. 2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세전이익은 각각 4,627억원, 189억원, 739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주액 목표 또한 당초 55억달러에서 100억불로 대폭 상향조정 했다.
또 해양플랜트와 엔진을 포함하는 기계 부문에서도 50억 달러 이상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돼, 올해 STX 조선ㆍ기계 부문의 수주금액은 총 15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STX는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 3월 ‘STX 대련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갖고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 프로젝트에 첫 발을 내딛은 STX는 현재 장흥 100여 만평 부지에 기초소재 가공에서 엔진 조립 및 블록 제조, 선박 및 해양플랜트 건설까지 가능한 현지 일관 생산체제를 건설하고 있다.‘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건설은 STX는 물론,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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