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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셰익스피어 & 컴퍼니' 문호들의 손때 자르르한 그녀의 서점에 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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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셰익스피어 & 컴퍼니' 문호들의 손때 자르르한 그녀의 서점에 들르다

입력
2007.09.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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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비치 지음 / 박중서 옮김 / 뜨인돌ㆍ360쪽ㆍ1만3,000원

문화적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한 프랑스 사람들도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만 오면 영어권 문화에 머리를 숙였다. 1921년 파리에서 문을 연, 영미 문학의 성소다. 비록 1941년 나치의 탄압으로 문을 닫았지만, 그 곳은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소도(蘇塗)였다. 그 풍경은 눈부시다.

미국인이지만 프랑스 문화에 매료, 서른 셋의 나이에 파리에서 이 영문학 전문 서점을 연 실비아 비치의 기억은 한 시대의 지성사이다. 당대 최고의 문사들이 들러 독특한 풍취를 자아냈다. 세기말, 파시즘 등 역사의 격랑을 견뎌내고, 독특한 문화적 향취를 일궈 가던 프랑스판 ‘밀다원 시대’였다.

가난한 예술가들과 망명 작가들이 자연스레 모여들던 그 곳 최고의 고객은 누구였을까? 1921년 파리를 처음으로 찾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부부와의 소중한 인연을 꼽고 있다. “약간 유치한 구석이 없진 않았지만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총명하고 독립적이었”던 신문의 스포츠 담당 특파원 헤밍웨이는 권투, 사이클을 즐기는 와중에도 서점을 들러 주인과 연분을 쌓아 갔다.

별난 ‘패거리’도 있었다고 책은 전한다. 여류 시인 미나 로이와 두 딸이었다. 이들을 두고 단골 문호 제임스 조이스가 거든 말이 있다. “금발 머리며 눈, 안색, 태도 등이 미인의 모든 기준에 들어맞는다.” 조이스와의 추억 하나 더. 악성 홍채염 수술 후, 거머리를 이용해 피를 뽑아내는 곤욕을 치르던 대문호가 외설 시비를 톡톡히 치르던 대작 <율리시즈> 를 무삭제 완전판으로 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실비아의 배려 덕분이었다.

<위대한 게츠비> 의 스콧 피츠젤럴드는 구제불능의 기분파였다. 책으로 큰 돈을 번 그는 아내와 함께 엄청나게 샴페인을 마셔대는 사람이었다. 또 출판사에서 고가 수표를 받자마자 몽땅 털어 아내에게 진주 목걸이를 사주었는데, 아내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흑인 여자에게 몽땅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고 책은 전한다.

책은 띄엄띄엄 시각적 즐거움도 제공한다. 피츠제럴드가 비치에게 쓴 편지에 남긴 삽화, <율리시즈> 계약서, 기라성 같은 문인들의 사진 등은 책의 내용을 방증하는 듯 하다. 문학이 멋과 낭만으로 통할 수 있었던 시대의 풍경이다. 서울대 영문학과 김성곤 교수는 “문학사에 없는, 인간적이고 사적인 모습과 조우하게 하는 책”이라 했다.

비치는 서점의 문을 닫은 후 파리에서 문필과 번역 등에 매진해 오다, 1959년 이 책을 펴냈다. 프랑스와 미국 간 문화의 섞임을 독려한 그의 문자향은 1938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 59년 버팔로 대학 문학 박사 학위 수여 등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1962년 파리에서,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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