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존 해명과 달리 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35)씨와 수년간 매우 친밀하게 지냈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과테말라에 머물며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지원하던 중 '제3자'를 통해 장윤 스님과 연락하는 등 신씨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와 청와대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특히 검찰이 신씨가 삭제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을 복구한 결과 변 실장과 신씨가 통상적 친분을 넘어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신씨의 학력 위조 파문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권력층의 신씨 비호 의혹에 이어 우리 사회 지도층, 권력층 인사의 부적절한 처신 등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또한 변 실장의 해명에만 의존해 제 식구만 감싸고 돌면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부인으로 일관해온 청와대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신씨의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신씨 집과 대학 연구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변 실장이 2005년 9월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명 전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씨가 급히 삭제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을 복구한 결과 일부 '낯뜨거운' 내용을 포함해 두 사람이 매우 친밀한 사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 실장이 신씨와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검찰 압수수색에서 밝혀졌고, 이에 따라 변 실장이 조사나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법무장관이 9일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알려왔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비서실은 변 실장에게 확인한 결과, 그간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둘은 예일대 선후배 관계로 수년 전부터 잘 아는 사이로 빈번한 연락이 있었고, 7월8일 변 실장이 장윤 스님을 만났을 때 신씨 문제를 언급했으며, 앞서 대통령의 과테말라 방문 수행 중에도 친구를 통해 장윤 스님과 연락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변 실장은 청와대 조사 과정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호주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돌아온 뒤 보고를 받고 "철저히 조사 내지 수사하고, 신분을 유지할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말했다고 전 수석은 전했다.
검찰은 이날 신씨의 내수동 집과 신씨의 전 근무지였던 성곡미술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조만간 장윤 스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사장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끝마치는대로 변 실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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