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시간10분 동안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핵심의제는 단연 북핵 문제였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8번째인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핵 문제의 해결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지에 달렸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국전쟁 종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등 큰 폭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의 성실한 6자회담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해보였다. 회담 후 두 정상이 가진 '언론회동'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두드러졌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한다"며 평화체제와 종전선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묻자 "우리가 평화체제를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은 그(핵 폐기)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전쟁을 끝내려면 김 위원장이 무기를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결국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6자회담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도 6자회담 성공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부시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두 정상은 아울러 북핵 폐기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 6자 회담을 통해 이에 관한 동북아 다자 안보대화를 시작하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핵이 폐기되면서 한국전쟁 종전 서명이 이뤄질 경우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며 "이후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도 4개국이 주도적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폐기를 전제한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자이툰 부대의 평판이 높으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한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와 많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동맹국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찾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듣기에 따라 연말 철군 예정인 자이툰부대의 주둔 연장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에 대해 백 실장은 "이미 금년말로 자이툰 부대의 임무 종결은 국회에 보고돼 있으며 이달 말까지 철군관련 최종안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 임무를 종결해야 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에서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백 실장이, 미국 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수전 슈와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배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했고,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김정일'이라고 불렀다.
시드니=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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