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부이 샹 파이(1920-1988)의 작고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서울 삼성동 갤러리포커스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 식민 통치와 베트남전쟁이라는 일련의 시대적 격랑 속에서도 따뜻하고도 진지한 시선으로 베트남의 일상을 포착해온 작가의 유화, 과슈, 드로잉 6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물결 치듯 약동하는 특이한 윤곽선으로 포획한 이끼 낀 하노이 거리, 베트남 전통극 째오의 배우들, 초가 오두막집, 어린 동생을 안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서구 인상주의와 베트남 고유의 정서가 혼융된 독특한 화풍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그는 ‘하노이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고풍스런 하노이의 거리 풍경을 즐겨 그렸는데, 강렬하면서도 애잔한 선과 색이 하노이 거리의 빛과 리듬을 다채롭게 변주한다.
베트남의 굴곡 많은 현대사로 인해 따뜻하지만 슬픈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붓은 굽이치는 선과 불규칙한 형태, 빠른 터치의 암시적인 표현으로 무력하게 무너져 내린 세계와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료가 없어 신문지, 자녀들의 교과서, 카톤보드 박스 등에 그림을 그린 그의 이야기가 어쩐지 전쟁통에 힘겨웠던 우리네 몇몇 화가를 떠올리게 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전시는 19일까지. (02)568-5644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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