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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이버 냉전, 사이비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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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이버 냉전, 사이비 냉전

입력
2007.09.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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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커가 미국 국방부도 뚫었다”는 뉴스가 지난 주 국내외 언론에 유포됐다. 이를 처음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월에 중국 해커가 미 국방부에 침입, 컴퓨터시스템을 거의 와해시킬 뻔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공식 확인하지 않았으나, 익명의 관리들이 중국 인민해방군 해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이런 보도는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각으로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세계가 중국과의 ‘사이버 냉전’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미확인 뉴스는 ‘중국 때리기’ 역정보(disinformation)로 의심할 구석이 많다. 중국과의 중요한 정치행사를 앞둔 시점에 유포된 것부터 공교롭다.

지난달 독일 총리실이 중국 해커에게 당했다는 슈피겔지 보도는 메르켈 총리의 중국 방문에 맞춰 나왔다. 미 국방부 해킹 뉴스도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회동하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보도됐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소행설이 터무니없다고 부인했으나, 원자바오 총리가 메르켈과의 회담에서 “국제적 문제인 해킹을 계속 강력히 단속 하겠다”고 다짐해야 했다.

■몇 해 전 중국 해커들이 우리 외교부 등을 공격한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도 다분히 왜곡됐다. 영국의 중립적 권위지 인디펜던트는 해킹이 세계적 골칫거리이며, 중국도 그 피해 때문에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안보시스템 해킹의 60%가 미국인 짓이며, 나머지도 세계 도처에서 저지르는 점에 비춰 유독 중국의 위협을 떠들 건 아니다. 중국군이 각국의 국방기밀과 첨단기술을 빼내면서 유사시 적 시스템의 무력화를 노린다는 경고도 과장됐다. 기술수준과 국방예산 등에서 애초 게임이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 국방부 등이 실제 해킹을 당했더라도 취약점을 스스로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객관적 시각에서는 중국의 해킹 위협을 과장한 역정보 유포는 중국의 국제적 입지를 흔들어 정치 경제적 경쟁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술수다. ‘사이버 냉전’은 냉전적 사고와 습관이 억지로 꾸며낸 ‘사이비 냉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근거도 불확실한 음해성 기사에 온갖 살을 붙여 훨씬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기 일쑤인 우리 언론은 이런 평가를 한번쯤 찬찬히 새겨보는 게 좋겠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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