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을 원한다면 여권 신장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빈민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67)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가 ‘세계여성포럼 2007’ 참석차 방한했다.
유누스 총재는 10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글라데시의 빈곤율은 2000년대 들어 평균 2%씩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빈곤율 50%라는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를 2015년에 달성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방글라데시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6.7%에 달하는 것은 모두 여권 신장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
유누스 총재는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과 함께 ‘세계여성포럼 2007’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12~14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은 ‘여성의 리더십과 성공의 재조명’을 주제로 다양한 여성 관련 화두를 다룰 예정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회계법인 언스트&영의 베스 브룩 부회장, 중국의 앵커 출신으로 양광미디어투자그룹을 창립한 양란, 싱가포르의 메이 리 로터스미디어하우스 설립자 등 70여명의 유명 연사가 참석한다.
유누스 총재는 “지난 25년간 방글라데시의 가장 큰 변화는 여성의 권익 신장”이라면서 “소액대출이 여권 신장의 하나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라민은행에서 돈을 빌린 여성들은 바구니를 만들거나 닭과 젖소를 키우는 자영업자로 거듭나면서 경제생활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가계의 미래 설계를 위한 자금이 되어 국가적인 빈곤퇴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730여만명에 달하는 그라민은행의 대출 고객 중 97%는 여성이며 동시에 그들이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유누스 총재는 그라민은행 출범 당시에는 여성의 대출 비율을 50%까지로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수세기 동안 사회가 여성에게 주입한 생각은 ‘여성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라민은행은 설립 초기 ‘돈이 필요치 않다’고 말하는 여성의 두려움의 목소리를 없애는데 가장 주력했고, 6년만에 여성과 남성의 대출 비중이 50대 50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누스 총재는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에 주력하는 이유를 “모든 인간은 사업가가 될 능력을 타고 났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인류가 성이나 인종에 따른 차별 없이 사업가가 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13일 세계여성포럼 개막총회에서 ‘여성 사업가를 위한 소액대출제도’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은 소신을 알릴 예정이다.
그의 아내는 물리학 교수, 첫째딸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활동하는 유명 소프라노이기도 하다. 유누스 총재는 여성포럼 기조강연 이외에도 두 차례 이화학술원 강단에 설 예정이며, 11일에는 이화여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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