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업체들의 맥주 전용잔 경쟁이 한창이다. 같은 맥주도 어떤 잔에 따라 마시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잔의 맥주도 어느 글라스에 마시냐에 따라 맛과 향취, 색깔, 온도, 거품과 탄산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맥주는 맥주통에서 발효가 일어나는 위치에 따라 크게 ‘하면 발효 맥주’(라거)와 ‘상면 발효 맥주’(에일)로 구분한다. 이런 맥주 성질에 맞는 맥주잔도 제 각각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맥주 유명 브랜드들은 저마다 전용잔을 출시해 맛을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독일 도르트문트 맥주와 뮌헨 맥주 등과 함께 대표적인 라거 맥주인 체코의 필젠 맥주는 거품이 두껍지 않고 탄산 기포가 천천히 지속돼야 제 맛이 난다.
필젠 맥주에 주로 이용되는 필스너 글라스는 좁고 긴 형태라 적당한 거품이 오래 지속되고, 올라오는 기포의 흐름이 잘 보여 청량감을 높인다. 한번에 넘기기 좋게 윗부분은 살짝 벌어져 있으며, 잔 크기도 보통 250㏄다. 독일맥주 ‘베를리너 킨들 필스’와 ‘크롬바허 필스’에 애용된다.
라거 맥주인 하이네켄 역시 전용 글라스를 제공하고 있다. 컵 상단이 넓어 라거만의 맛과 향을 오래도록 유지해주는 적당한 거품을 만들어준다. 또한 무늬가 없는 투명 디자인으로 맥주 고유의 황금색과 올라오는 기포를 볼 수 있어 눈도 즐겁다.
한편 에일 방식의 밀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2~3도 정도로 낮고 발포성이 좋아 맥주의 샴페인이라고 불린다. 독일의 ‘바이젠’이 대표적으로 여름 축제용 술로 인기다.
밀맥주는 탄산 함유량이 많아 거품이 치솟아 넘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잔 윗부분이 살짝 안으로 휜 형태로 키가 커야 거품이 쉽게 넘치지 않고 유지된다. 그러나 같은 밀맥주라도 신맛이 강한 베를린 밀맥주는 입구가 넓은 샴페인 잔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100% 보리맥주 ‘맥스’(하이트)도 맥주를 보다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전용잔인 ‘슬라이딩 잔’을 출시했다. 슬라이딩 잔은 위와 아래의 너비가 비슷한 기존의 맥주잔(빌리잔)과 달리 아래에서 위로 잔의 너비가 서서히 넓어져 잔을 살짝 기울여도 맥주가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특히 윗부분이 넓어 100% 보리 특유의 곡물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크기는 한 손에 묵직하게 들어오는 사이즈로 손 느낌도 좋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맥주도 그냥 들이키는 술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며 “맥스 전용잔 출시도 선진 맥주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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