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신설이 사실상 금지돼 시ㆍ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외고, 국제고 신설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외고가 설립 목적과 다르게 편법적으로 운영될 경우 특목고 인가를 해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전국 시ㆍ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10월 중 수월성 교육체제 개편안이 마련될 때까지 특목고 신설을 전면 유보한다"고 밝혔다.
수월성 교육체제 개편안에 특목고 영구 신설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특목고 설립은 일절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시ㆍ도교육청이 특목고를 설립하려면 교육부와 반드시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반대하면 특목고 설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교육부가 강수를 두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외고의 입시기관화와 편법 운영이다. 교육부는 외고가 입시기관화한 근거로 저조한 어문계열 진학률을 들고 있다.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외고 출신 서울대 신입생 중 어문계열 진학률은 16.6%였다. 10명 중 8명은 법대나 경영대, 의대 등 비어문계열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전국 29개 외고 중 최상위권 학교로 꼽히는 서울 대원외고의 경우 올해 졸업생 중 14%만이 영문과 등 어문계열에 진학했다. 졸업생 440명 중 30%가 넘는 157명이 법대나 경영대 등 사회계열에 입학했고, 의대에도 38명이나 진학했다.
올해 외고 전체 평균 어문계열 진학률은 25.8% 수준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외고= 명문대 인기학과 진학'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과열 과외 현상을 유발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두고볼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편법 운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외고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경기 지역 외고 7곳이 자연계 과목 집중 이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공계열과 의대 준비생들을 위해 자연계 과목을 편성하거나 자연계 진학반을 몰래 운영한 것이다. 일부 학교는 방과 후 학교 형태로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유학반을 운영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외고 신설 유보 결정에는 현 외고를 길들이려는 측면도 있다. 교육부가 이날 외고 신설 불허와 함께 10월까지 외고 등 특목고를 겨냥한 수월성 교육체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외고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외고 유치전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와 시ㆍ도교육청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 교육감은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외고를 설립하려는 것을 명분없이 막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외고 신설을 추진중인 수도권 B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교육 여건 개선 노력을 정부가 막겠다는 발상"이라며 "교육부가 특목고 설립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9월 현재 외고 신설을 신청한 곳은 광주와 인천 등 2곳이며, 전국적으로 10여곳의 지자체가 설립 의사를 전달하거나 자체 추진중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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