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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7人의 이야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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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7人의 이야기꽃

입력
2007.09.1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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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해외의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들이 10일 한자리에 모였다. 영어권 번역자인 최양희(호주), 스티븐 엡스타인(미국), 독일어권의 헬가 피히트, 엘케 골셔트 정(이상 독일), 체코어권의 이바나 그루베로바(체코), 중국어권의 한메이(중국), 일본어권 아오야기 유코(일본)씨 등 7명.

이 중 최씨, 그루베로바씨는 한국 고전, 다른 이들은 근ㆍ현대 문학을 주로 번역한다. 이들은 한국문학번역원이 올해부터 ‘엘리트 원어민 번역가’에게 최대 6개월간 국내 작업을 지원하는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석차 방한 중이다.

아직 전용 숙소가 없어 서울 곳곳에 체류 중인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한국문학 번역가로서 느끼는 보람, 고충, 희망 등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 한국문학의 매력

아오야기=해방 전과 직후의 한국 근대문학에 관심이 간다. 이런 작품들은 한국적인 역사, 사회적 맥락과 긴밀히 결부돼 있기 때문에 매우 독특하다.

한메이=중국 문학은 수십 년 전부터 사회적 성격이 강해서 나는 오히려 예술적 경지를 추구하는 한국의 순수문학에 더 끌렸다. 내가 주로 번역하는 김동리, 이문열의 작품이 그렇다.

피히트=현재 박경리의 <토지> 를 번역 중인데, 한국 고유의 사회, 역사적 문제를 알지 못하면 옮길 수 없는 어려운 소설이다. 그럼에도 번역에 착수한 것은 <토지> 가 순한국적인 작품이어서 한국의 정체성과 감정을 해외 독자에게 자연스레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루베로바=원래 한국 현대문학 전공이지만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을 옮긴 이래로 <선가귀감> <한국 불교 설화> 등 불교 문학을 많이 번역한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불교라는 보편적 사상이라서 그것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골셔트 정=<나도향 단편집> 을 출간했고 최근엔 박지원의 <연암소설집> 번역이 마무리 단계다. 내가 고전이나 근대문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 사회의 뿌리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세계가 보편화된 상황에선 역사로 돌아가야 그 나라 문화가 차별성을 지닐 수 있다.

■ 한국문학의 현지 반응

한메이=중국에서 김동리 선집을 냈는데 공식적으로 5,000~6,000부, 실제론 그 이상 팔렸다. 번역원이 지원한 책 중엔 많이 팔린 편이다. 출판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책을 잘 사서 보지 않는 30~50대가 선집의 주 독자층이란 고무적인 결과도 나왔다. 번역만 뒷받침되면 양질의 작품은 얼마든지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아오야기=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을 이와나미서점에서 냈는데 초판 2,000부가 매진됐다. 오에 겐자부로 같은 작가의 작품도 2,000부로 끝나는 것이 전부인데 좋은 성과다. 출판사 사정으로 재판을 못찍고 있어 2,500엔짜리 책이 두 배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엡스타인=미국인들은 번역문학 자체를 잘 안 읽는다. 20년 전에 비하면 만화, 음악, 영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훨씬 늘어난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학생 위주의 소수 독자만 한국문학을 찾는다.

헬가=초기에 박완서의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 를 번역했는데 출판사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독일 출판계는 검증된 작가가 아니면 여간해선 해외 번역작을 출판하려 하지 않는다.

최양희=<한중록> 번역 원고를 영국 출판사에 줬는데 10년 간 깔고 앉아 출판을 안한 일이 있었다. 겨우 출간됐을 땐 저명 서평가를 비롯, 10여 건의 서평이 쏟아지면서 재판까지 찍는 실적을 거뒀다. 번역 초고를 본 동료 학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대중서 수준으로 쉽게 다시 쓴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번역가는 어떻게 해야 책이 팔릴까 늘 고민해야 한다.

그루베로바=체코는 예전부터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님의 침묵> 을 내고 몇 개월 지났는데 프라하의 한 라디오 채널에서 이 시집에 대한 특집 방송을 해서 놀랐다. 번역가 도움 없이도 훌륭한 방송을 만들 만한 역량이 있는 셈이다. 이 방송국은 이후 나와 함께 한국 선시, 불교 설화를 소개했고, 최근엔 내가 번역한 오세영 시집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 한국문학 번역의 어려움

헬가=유럽에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에게 한국어는 하나의 언어가 아닌, 적어도 두 개의 언어가 결합된 것이다. 우선 한자어가 많다. 게다가 ‘검은’이란 단어는 독일어에선 ‘schwarz’ 뿐이지만 한국어에선 무수히 많은 단어로 표현된다.

아오야기=일본인 번역가는 한국어는 문법과 한자어 등이 일본어와 비슷해 번역이 쉽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단순히 한자어를 똑같은 단어로 옮기고 문장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면 실패한 번역이 되기 쉽다. 한국어 문장의 의미를 확실히 파악한 다음, 그것을 일본어 표현으로 새롭게 옮겨내는 것이 번역이다.

정리=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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