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태국 국영회사 PTT의 자회사인 RRC와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시설 고도화사업 수주 계약식을 체결하던 8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수십 조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재벌그룹 총수가 비핵심 계열사의 1,500억원 안팎 규모의 공사 계약식에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7월 지주회사 출범을 선언한 최 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SK건설 측은 “RCC사로부터 계약을 따낼 당시 최 회장이 직접 나섰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태국 발주처 관계자가 SK에너지 울산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직접 나서 현장 일정을 챙기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K건설은 최 회장의 현장경영 덕에 그 동안 태국에서만 17억 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전체 기업이 태국에서 수주한 금액의 30%에 이른다.
SK건설 화공영업본부장 송용장 상무는 “SK건설이 태국에서 수주물량을 늘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룹 계열사간의 ‘따로 또 같이’ 경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독립경영 체제인 그룹 계열사들이 사업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의미다.
건설업계도 최 회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대형 정유회사인 SK에너지가 SK건설과 함께 석유ㆍ화학 플랜트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석유ㆍ화학 플랜트와 첨단 U시티 등의 청사진을 들고 직접 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 “그룹 차원의 공동대응과 이에 따른 성과”를 부쩍 강조하고 있어 최 회장의 계열사 챙기기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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