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직장인 대상의 학점은행제 등 평생교육 업무를 전담하게 될 ‘평생교육진흥원’ 설립 방안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자, 교육분야 싱크탱크(두뇌집단)인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위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신설 명분이 떨어지는 데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며, 정부 몸집을 불리는데 악용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관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는 “평생교육 업무 일원화를 위해서는 진흥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KEDI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인영(대통합민주신당), 임해규(한나라당) 의원 등 24명은 최근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평생교육발전을 위해 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하는 내용 등을 담은 평생교육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법안심사 소위를 거쳐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KEDI 연구위원협의회는 이에 대해 10일 ‘평생교육법 개정 및 평생교육진흥원 설립 방안에 대한 의견’ 제목의 항의성 자료를 내고 진흥원 설립에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국책 연구기관 연구위원들이 특정 의원입법안에 대해 집단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건 매우 이례적이다.
협의회는 “진흥원 설립 방안은 현실적으로나 이론적으로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어 법안 처리가 유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 55명인 연구위원들이 내세운 반대 논리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엄청난 예산 낭비와 기구 ‘옥상옥’(屋上屋)이다. 법안 개정안(이인영 의원안 기준)에 첨부된 예산내역에 따르면 진흥원 설립에 총 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 연구위원은 “KEDI내에 2001년 문을 연 평생교육센터가 있어 별도 기구 설립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진흥원을 만들려면 불필요한 별도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흥원 설립이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추세의 평생학습 방향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생교육 전담 기구 신설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의 통합 기획 및 관리 측면에서는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은 별개의 내용이며, ‘평생교육= 성인 전문교육’ 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KEDI 연구위원들의 반대가 거세지만 진흥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KEDI의 평생교육센터와 학점은행센터, 방송대의 독학사 학위 업무 기능이 한 곳에 합쳐지면 평생교육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낭비 지적 등에 대해서는 “기존 평생교육 담당 기관의 예산과 직원 등을 고스란히 넘겨받게 돼 예산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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