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우완 전준호(32)는 지난 95년 태평양 시절부터 무려 13년간 삼성전 무패 행진을 벌였다. 94년 포수로 프로에 입단한 후 이듬해 투수로 전향해 삼성전 31경기에 등판, 7승 무패를 기록했다.
전준호는 7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7회까지 상대 타선을 4안타로 꽁꽁 묶으며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듯했다. 지난 2일 SK전 이후 계속된 우천취소로 5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삼성 타자들은 전준호의 자신감 있는 피칭에 맥을 못 췄다. 그러나 사자들은 8회말 긴 잠에서 깨어나며 전준호를 무너뜨렸다.
포문은 대타 조영훈이 열었다. 1-2로 뒤진 8회 9번 신명철 대신 타석에 들어선 조영훈은 볼카운트 0-1에서 전준호의 2구째 바깥쪽 싱커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15호 및 통산 551호 대타 홈런. 현대 정명원 투수코치가 전준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한번 불붙은 삼성 타선을 잠재울 순 없었다.
심정수은 역시 해결사였다. 4번 타자 심정수는 계속된 무사 1ㆍ3루에서 현대 벤치가 3번 양준혁을 고의4구로 거르자 보란 듯이 상대 구원 투수 조용훈으로부터 2타점짜리 역전 결승타를 날렸다. 삼성은 박진만의 2타점 적시타와 진갑용의 희생 플라이로 3점을 추가하며 순식간에 점수차를 5점으로 벌렸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7-3으로 앞선 9회 무사 1ㆍ2루에서 등판, 안타 2개를 얻어 맞았지만 팀 승리를 지키며 8월2일 대구 LG전 이후 10경기 연속 세이브에 성공했다. 시즌 35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단독 1위를 굳게 지킨 오승환은 또 최소경기 100세이브 신기록에도 2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삼성은 3연승을 달리며 2위 두산에 1게임차로 따라 붙었다.
대전에서는 4위 한화가 선발 류현진의 7이닝 2실점 역투(14승)와 6회 이범호의 역전 2점 홈런에 힘입어 꼴찌 KIA를 4-2로 꺾고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한화의 ‘노장 3인방 불펜’ 문동환-송진우-구대성은 차례로 등판, 팀 승리를 지켰다. 지난 2일 LG전에 이어 올시즌 2번째 릴레이 구원 등판.
잠실에서 SK는 0-2로 뒤진 9회초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 1사 1ㆍ2루에서 2번 정근우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3-2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선두 SK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두산을 5게임차로 벌렸다.
대구=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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