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뿌리 깊은 ‘단일 민족’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주한 외국인들이 우리 정부에 ‘다민족 사회’에 걸맞게 사회 시스템을 정비해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암참)는 최근 국내 장기 체류 미국 기업인과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 ‘단일 민족’을 전제로 만들어져 외국인 차별 소지가 높은 각종 규제의 철폐 및 완화를 요구했다.
암참이 건의한 12개의 규제 개혁 내용 중 대표적인 것은 장기 거주 외국인 장애자에 대한 내국인과의 동등 대우와 운전면허 규제 완화. 암참은 한국 국적의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적법 절차를 거쳐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암참에 따르면 한국 국적의 장애인은 자동차 구입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공공기관 등에서 각종 편의가 보장되는 차량 부착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 받지만 장기 거주 외국인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기 거주 미국인이 한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려 할 경우 미국 운전면허증을 한국 경찰에 맡긴 뒤 새로 한국 면허증을 발급 받도록 한 규정의 폐지도 요구했다. 한국처럼 주민등록증이 없는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이 신분증명서인데, 긴급하게 출국할 필요가 있을 때 경찰에 맡긴 면허증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기 거주 미국인이 대중교통을 손쉽게 이용하도록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등에 영어로 표기된 안내판을 늘려 줄 것도 요청했다.
정부는 암참의 건의가 대부분 타당하다고 판단, 장기 거주 외국인의 불편 해소를 위해 관련 법령을 고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 거주 외국인 장애인도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해주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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