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가구가 외환위기 후 최대 규모로 쌓이고,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로 쓰러지고 있다. 업계에선 자금압박이 심한 중소 및 중견업체들의 연쇄부도설마저흉흉하게 나돌고 있다.
이달부터 공공주택의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이 이루어지는 등 시장을 옥죄는 악재들이 많아 주택경기 침체의 골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신일이 흑자 부도를 낸 데 이어 ‘그랑시아’ 브랜드로 잘 알려진 중견 건설업체인 세종건설이 외환은행 부평지점에 돌아온 어음 35억원을 막지 못해 이날 최종 부도 처리됐다. 5월에는 한승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세종건설은 지난해 준공된 부산과 전남 여수의 아파트 사업장에서 분양과 입주가 저조하면서 자금압박을 받아왔다.
상당수 중소ㆍ중견업체들은 이제 생존의 위기에 몰려있다. 업계의 목을 죄는 최대 악재는 미분양 물량의 급속한 증가.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8만9,924가구로, 전월에 비해 무려 1만1,353가구(14.4%)가 급증,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말(10만2,701가구)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 및 청약가점제 시행과 ‘반값아파트’ 공급 등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업체들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지만, 청약 대기자들은 값싼 아파트가 본격 공급되는 올 연말 이후로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고 있어 빈집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12월부터 민간이 짓는 아파트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집값이 최고 25%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미분양 증가 및 저조한 입주율이 중소 중견 건설업체의 연쇄 도산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지방ㆍ중견건설사들은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이 나빠도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투기우려가 높은 수도권은 규제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지방은 규제완화책을 내놓아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산 수영ㆍ해운대ㆍ영도구와 대구 수성ㆍ동구, 광주 남구, 충청지역 등 지방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추가 해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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