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남짓한 키에 앙증맞은 미소, 영락없는 말괄량이로 보였지만 매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눈부셨다.
2007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결선이 열린 5일 밤(한국시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미국의 15세 소녀 숀 존슨이 마지막 마루종목에서 완벽한 착지를 하자 미국 선수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며 열광했다. 전광판 숫자는 ‘15.375’. 지난해 세계선수권 3관왕 청페이(중국)에 이은 2위 기록이었다.
이는 2년 전 마루운동 금메달리스트 앨리샤 새크러몬이 최소 14.375점만 따내도 미국이 우승한다는 걸 의미했다. 결국 미국은 총합 184.400점으로 디펜딩 챔피언 중국(183.450점)을 0.950점 차로 제치고 2003년 이후 4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또 한 명의 ‘체조 요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정작 자신의 주종목인 평균대에서 심하게 비틀거려 저조한 성적에 그쳤던 존슨은 “내 실수를 어떻게 든 만회하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존슨은 세계선수권 첫 무대에서 개인종합 예선을 3위로 통과한 데 이어 평균대와 마루운동에서도 결선에 올라 다관왕을 노리게 됐다.
존슨의 도약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세 살 때 체조에 입문한 존슨은 1989년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이자 미국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인 중국의 량차오와 역시 체조 출신인 그의 아내 리웬추앙이 운영하는 체조 학교에서 수학했다. 미국인 특유의 힘에 중국 체조의 섬세함까지 두루 갖춘 비결이다.
지난해 전미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낸 존슨은 올해 각종 성인대회를 휩쓸며 두각을 드러냈다. 타이슨 아메리칸컵 개인종목 우승과 아메리카 국가대항전 팬암대회 4관왕을 거뒀고, 내셔널챔피언십에선 아나스타샤 류킨과 샤이라 월리 등을 3~5점차로 여유 있게 누르며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한국은 9일 밤 열리는 평행봉 개인전 결선에서 유원철(포스코건설)과 김대은(전남도청)이 1999년 중국 톈진 대회 이주형(현 대표팀 사령탑)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금맥 잇기에 나선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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