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은 명문구단이다. 우리은행은 97년 출범한 한국여자농구(WKBL)에서 4차례(챔피언 결정전)나 우승을 일궜다. 4차례 우승은 용인 삼성생명(5차례)에 이어 부천 신세계와 최다우승 공동 2위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우리은행에는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구단주(박해춘 행장), 단장(김종식 부행장), 감독(박건연)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1958년 한국 최초의 여자 실업농구단으로 출범한 우리은행이 한 해에 수뇌부 세 사람을 모두 바꾼 것은 처음이다.
올 초 불거진 전임 감독의 불미스러운 사건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우리은행이 침체를 털고 재도약을 선언했다. 올 겨울리그 우승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5월 사령탑에 오른 박건연 감독은 팀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달 27일 개막하는 겨울리그는 외국인선수 없이 치러진다. 경기수도 기존 4라운드 20경기에서 7라운드 35경기로 늘었다. 국내 선수들이 강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우리은행은 4차례나 정상을 맛본 팀이지만 그 중심에는 늘 ‘특급용병’ 타미카 캐칭이 있었다. ‘캐칭의 우리은행’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실제로 캐칭은 평균 30점에 10리바운드 이상을 올린 우리은행 공수의 핵이었다.
박 감독은 캐칭에 가려있던 국내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김은혜 김은경 김진영 등이 캐칭에 의존하는 패턴에 젖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는 게 박 감독의 진단이다.
박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도 안간힘을 썼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29일부터 경북 울진에서 3박4일간의 단합대회를 가졌다. 우리은행은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둘로 갈리는 등 갈등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마음 고생을 잘 안다. 이제는 내가 아닌 우리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3일자로 새 단장에 취임한 김종식 단장은 “우리은행 농구단은 한국여자농구의 역사이자 자존심이다. 자존심을 찾는 데 보탬이 된다면 모든 것을 아끼지 않겠다. 내년이 창단 50주년인데 반드시 재도약해서 팬들 앞에 다시 서겠다”며 명가 재건을 약속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