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요즘 행태를 보면 어딘지 얼이 빠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임기 말일수록 권력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정을 총괄ㆍ조정ㆍ감독하는 본연의 책무에 열중하고 정부의 기강을 다잡아야 할 터인데, 그런 자세나 의지를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참여정부엔 레임덕도, 게이트도 없다”는 자기 최면에 취해 무모하게 자신하고 공연히 화를 내며 어쭙잖게 변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뒤인지 가리지 못하고, 주요 현안을 대하는 성실함도 없다. 딱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 이틀 언론을 향해 격정을 토해냈다. 독선적 판단을 막말로 엮은 발언의 요지는 특권을 개혁하려는 정부에 언론이 한통속으로 뭉쳐 저항하고 이로 인한 갈등관계에서 정윤재 전 비서관이나 신정아씨 의혹 등의 ‘깜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얘기를 마구 써댄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꾼 같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비상식적 언행에 대해 “시대 변화에 따라 정보기관의 역할과 활동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수사를 독려하거나 직무감찰을 벌여야 할 사안을 이처럼 코미디로 만들고 엉뚱한 곳에 책임을 떠미니 비웃기조차 민망하다.
정작 챙겨야 할 국정현안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금명 국회에 제출한다면서 대선레이스에 바쁜 정치권을 설득할 방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새해 예산안과 민생관련 법안을 혼란스런 대선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북미 관계 급진전, 한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외교ㆍ안보 현안은 정권의 서투른 접근으로 인해 정치공학적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잘못된 이슈 관리와 의제 설정, 왜곡된 인식과 판단의 폐해는 한 정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민세금을 제 돈처럼 아끼는 정권이라면 임기 말에 거침없이 공직사회의 몸집을 불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언론이 난리를 부린다고 말하지만, 취재지원 선진화 운운하며 정작 난리를 부린 것은 누구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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