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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뻔한 게 소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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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뻔한 게 소중한 거야"

입력
2007.09.0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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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48) 감독의 영화인생은 늘 즐거워 보인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들어봐도 그렇다. 어린아이처럼 촐싹거리고(배우 안성기의 표현), 고민이나 고집도 없으며, 감독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느낄 정도로까지 좋은 게 좋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그는 거리낌없이 "난 배우 하자는 대로 다해"라고 말한다. "믿으니까. 감독이 배우를 안 믿으면 누굴 믿어. 내 생각과 배우 생각이 들리면 배우에게 맞춰. 아니 이 영화가 나를 위해 만드는 것이냐고."

그러면 감독으로서 권위가 있겠느냐고 힐난하면 "감독이 무슨 벼슬이야"라고 소리 지른다. 그 자신도 깜짝 놀란 <왕의 남자> 의 흥행 대성공이 가져온 '여유'일까. 이준익 자신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왕의 남자> 가 지금까지 자신이 추구하던 세계를 대중들이 더 알게 됐고, 조금은 더 좋아하게 만든 '햇빛'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다 큰 이유는 다른데 있다.

하나는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천성. "난 혼자서 일하는 것이 싫어.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힐 확률이 높아. 미술을 전공했으면서도 그것으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오히려 여럿이 하나를 위해 각자 몫을 달성할 때 희열을 느껴. 그래서 영화를 선택했나 봐. 20년 동안 함께 한 동료 후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너무 즐거워."

영화 속 아웃사이더에 대한 사랑도 그에게는 '의도' 나 '전략'이 아니다. "내가 아웃사이더야.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등생도, 일류대학출신도 아니고, 영화에서도 그래. 영화를 전공하지도, 연출부 출신도 아니야.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등의 제작을 거쳐 <황산벌> 로 감독이 되기 전까지 극장 도안, 외화수입, 소규모 배급업, 영화마케팅 등 그야말로 비주류야. 배고프고 힘들긴 했지만, 그러나 평생 그게 주류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 자존심 상해본 적도 없고. 물론 주류에 진입하려고 발버둥친 적도 없어. 감독도 기를 쓰고 해보려 한 것이 아니야."

보잘 것 없지만 자기 자신이 감당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이준익은 이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90%이고, 그들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그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단다. "잘 나가는 성공한 벤처 사장 이야기, 생각만 해도 너무 재미 없잖아. 소수의 성공사례로 다수에게 열등감을 주는 것은 나쁜 짓이야. 다수가 가진 소소함을 소중히 하는 일, 이게 민주주의지."

그래서 그의 영화는 크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으며, 때론 아날로그적 유치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왕의 남자> 의 감독 이준익 것이니까 그렇지, 만약 <라디오스타> 나 <즐거운 인생> 이 어느 신인 감독 영화라면 지금 같은 너그러운 평가와 관심을 받을까. "아니, 이준익이어도 욕해. 촌스럽고, 뻔하다고. 그렇게 욕하는 사람에게 '당신 삶은 뻔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는지 알아. '뻔하다'는 거야. 그럼 또 묻지. '그런 너의 삶이 소중하지 않느냐'고. 물론 '소중하다'고 말하지. 현대인의 삶이 뻔한데, 영화가 뻔해야지 특별하면 사기잖아." "그럼 이준익 너는." "나도 뻔하지." "영화감독인데." "감독이 어디 한 두 명이야. 무슨 국가고시로 뽑는 것도 아니고. 요즘 UCC보면 아무나 감독이잖아."

아직 <즐거운 인생> 은 개봉도 안 했는데 벌써 다음 작품 <님은 먼 곳에> 헌팅으로 바쁘다. "시간이 없지. 할 얘기가 없겠냐고. 줄줄이 있지." 하긴 그는 10%가 아닌 90%속에 사는 인생이니까.

문화대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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