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일단 노사관계에 새 전기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사측의 지나친 양보 탓에 ‘퍼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타결은 우선 파업의 악순환을 끊고 노사가 미래를 향한 공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동안 현대차 노조는 협상→결렬→파업→타결이라는 고질적인 협상패턴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에 노조와 사측이 보여준 타협의지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측은 ‘파업 전 일괄제시’라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고, 노조도 ‘파업유보’라는 전에 없는 태도로 호응했다. 노사 모두 불신과 선입견을 걷어내고 불필요한 소모전 없이 한 발씩 물러서 명분과 실리를 택한 셈이다.
협상내용은 별개로 하더라도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 경쟁력 확보의 전기가 될 전망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모두 원만한 노사관계 속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현대차로선 적어도 연례행사였던 파업에 따른 천문학적 생산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파업이 초래한 생산손실은 1조2,958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19년간 파업 손실액은 총 11조원으로 추산된다.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의 제고 등 유무형의 효과는 금액으로 따지기 힘들만큼 크다. 파업에 따른 고통을 하소연도 하지 못하던 협력업체나 울산시민들도 이번 협상의 결실을 나누게 됐다. 현대차 노조가 지닌 상징성을 고려할 때 다른 사업장에도 ‘노사 상생의 윈-윈’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대차가 고비용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사측은 이번 협상으로 연간 3,9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돼, 전체 매출 대비 임금 비중은 3년째 11%를 넘어섰다. 노조원들은 기본급 5.79% 인상 외에 성과금 300%, 상여금 750%, 격려금 200만원 등 작년보다 적어도 1인당 870만원을 더 챙기게 됐다. 여기에 연말까지 무상주 30주(210만원 상당)를 지급키로 한 것도 사실상 편법적인 임금 인상인 셈이다. 무파업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지만, ‘퍼주기’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결국 노사가 열매를 나누는 데만 급급해 미래투자와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후진은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비 지출이 원인이었다.
현대차는 임단협 타결로 앞에 놓인 최대 현안 중 하나를 무사히 넘기게 됐다. 그러나 5일 현대ㆍ기아차 그룹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징계수위 결정, 6일 정몽구 회장의 선고공판 등 경영에 치명상을 줄 큰 이슈가 남아 있어 당분간 부산한 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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