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의 위기는 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공자 스스로가 ‘소외 받고, 지위가 낮다’고 여긴다면 현실이 그렇게 굳어지지 않을까요?”
서울대 공대 해외파견(GLP) 프로그램 참가 1기 장학생 7명은 4일 공대 회의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실력 있는 외국 이공계열 전공자와 경쟁하려면 사회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전공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GLP는 서울대 공대가 3, 4학년 학부생에게 국제 안목을 키워준다는 취지로 한 학기를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공대 동문회가 조성한 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각각 일본 도쿄(東京)대와 중국 칭화(淸華)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다가 최근 돌아왔다.
학생들은 모두 자기가 있었던 학교 학생들의 학구열에 혀를 내둘렀다. 칭화대에 다녀온 심수영(21ㆍ여ㆍ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씨는 “학교는 학생 건강을 생각해 오후 11시가 되면 도서관 불을 끄지만 학생들은 기숙사 등 불이 있는 곳을 찾아가 책을 펴기 일쑤”라고 말했다. 수업이 없어도 강의실은 늘 공부 모임을 하는 학생으로 가득 차 빈 곳을 찾기가 불가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 뒤엔 항상 ‘명문대 학생이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학교가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도쿄대에서 공부한 박성찬(22ㆍ전기공학부)씨는 “공대생들도 (인문ㆍ사회계열 전공 학생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나가 무엇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더라”고 전했다.
칭화대에 있었던 여인한(26ㆍ산업공학과)씨는 “교수들은 마치 대학입시를 지도하던 우리 고교 교사 같았다”며 “모두들 자기 제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차 있는 듯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외국 대학의 좋은 연구환경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 굳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탄탄한 재정 지원,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인재, 잘 갖춰진 교육 제도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또 세간의 ‘이공계 위기론’에 대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전공자 자신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대에서 공부한 신지훈(24ㆍ기계항공공학부)씨는 “일본의 공대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데, 우리는 대체로 나중에 취득할 금전적 보상이나 사회적 지위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전공자 스스로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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