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부터 참회합니다.”
4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열린 장로교 목사안수 100주년 참회기도회는 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목사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907년 9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한국 최초의 목사 7명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가 축하 대신 ‘참회’를 주제로 해야 할 만큼 최근 개신교의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목사들은 먼저 아프간 사태의 원인이 개신교의 ‘전투적인 선교’에 있음을 고백했다. 주제설교를 한 김형태 예장통합 전총회장(연동교회 원로목사)은 “물량적 교회성장 정책은 해외선교에 경쟁을 촉진시켜 호기심과 탐험심이 강한 젊은이들을 자극해 봉사활동이라는 미명 하에 선교를 강행한다”면서 “그 옛날 점령군이 파견된 외국에 선교사들이 파송되어 이교도들을 개종시키는 전투적 선교를 방불케 한다”고 자책했다.
서일웅 마가교회 담임 목사도 “우리는 교단별 혹은 교회별로 각개전투식 복음선교를 해왔다”면서 “경제우월주의와 문화우월주의를 전제하는 19세기 제국주의적인 복음전도를 되풀이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개신교 신자로 특별강연을 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기독교에 적대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반 기독교정서가 악화된 것은 개신교가 이제는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됐고, 지난 10여년 사이 단군상 제거운동, 각종 부정부패와 추문, 대형교회 위장세습 등의 문제들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목사들은 또 물량주의와 성장주의, 일방적 과시적 선교, 배타적 율법주의와 근본주의등 6개 분야로 나눠 참회기도를 올리고 그 원인이 목사들 자신에게 있음을 털어놓았다.
윤용일 한돌교회 원로목사는 “목사들이 세속의 시장주의에 물들어 물량주의적 교회성장에 교회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두는 큰 잘못을 범했다”면서 “그 결과로 100년 전 목사 7인이 안수를 받을 때의 정신은 사라지고 목사 상호간에, 교회끼리, 그리고 교단 상호간에 무서운 경쟁을 하고 있다”고 참회했다.
김형태 목사도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돈과 조직 권력의 힘이 커지고 성의 타락이 발생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 대신 세상의 대접과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종교재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한빛교회 원로목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단순화, 율법화해 정통과 이단을 갈라놓고 근본주의 신앙만이 유일한 신앙이라는 독선에 빠져있다”면서 “나만 옳다고 하고 이웃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의 죄, 나의 신앙만이 참 신앙이라고 주장하는 교만의 죄, 그리고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이웃 사람들과 교회를 죄인으로 정죄하는 죄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했다.
한일장신대 교수로 있는 임희모 목사는 요즘의 목회와 선교활동에 대해 “부자들에게 다가가고 가난한 사람들을 멀리하며, 억눌린 자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기보다는 억압자들의 권력에 붙어서 힘없는 사람,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무서운 세력이 되었다”고 반성했다.
이날 목사 참회기도회는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인권, 통일운동을 했던 진보진영의 원로목사들이 주도했으며 개신교 최고령 방지일 목사 등의 여러 원로목사와 도시빈민, 노숙자돕기 등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젊은 목사들이 다수 참가했다. 목사들은 이번 참회기도회를 교단차원으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