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51.02% 인수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해온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농협중앙회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당혹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며칠 전부터 금융계에 “HSBC와 론스타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소문이 돌아 내심 인수 의지를 다졌던 국내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이 매각승인 검토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가 파기되는 아픔을 겪었던 국민은행은 입을 굳게 닫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합의 내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안 된다”면서 “일단 상황 전개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의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져 다소 놀랐다”며 “은행 차원에서 대응 방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일단 감독당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 타결은 이제 감독당국의 손에 달렸다”며 “사법적 판단이 나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이므로 그 전까지 매각 승인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HSBC는 외국계이기 때문에 론스타와 합의가 가능했겠지만,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합의가 불안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만일 이들에 대한 재판이 3심까지 이어질 경우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당 1만8,045원으로 결정된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다소 비싸다는 반응들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HSBC의 인수 가격은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것 같다”며 “만일 HSBC와 론스타간 합의가 파기돼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일 외환은행의 주가는 1만4,600원이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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