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모든 핵 신고의 쟁점 중 미국은 개발의 증거를 갖고 있고, 북한은 개발을 부인하는 사안이 있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를 부른 북한의 농축우라늄(UEP) 개발 의혹이다.
미국은 북측의 UEP 개발을 이유로 제네바 핵 동결 합의를 파기하고 북핵 위기를 확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간 UEP 개발을 부인해온 북한도 해명하지 않고는 핵 포기 의지의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미측의 UEP 증거는 북측이 파키스탄과 러시아 모 기업으로 각각 구입한 12~24개의 원심분리기와 원심분리기 생산 자재인 고강도 알루미늄의 구입 내역이다. 아울러 북측이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UEP 개발 설계도를 입수한 정황도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핵 신고과정에 UEP 개발이 드러날 경우 북한은 핵 동결 합의를 깨고 은밀히 핵 개발을 한 '양심불량 국가'가 되고, UEP 개발이 사실이 아닐 경우 미측은 이라크전 개전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또는 정보조작으로 핵 위기를 부추긴 셈이 된다.
어느 한쪽은 망신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쌍방은 조심스럽다. 2일 연내 신고ㆍ불능화 합의 후 크리스토퍼 힐 미 차관보는 UEP 신고와 관련, "매우 좋은 논의를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모든 핵 계획을 신고할 것"이라고만 했다.
그래서 실체 규명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통한 쌍방의 체면 유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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