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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도 잘못을 잘 모르는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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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도 잘못을 잘 모르는 국정원장

입력
2007.09.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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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아프간 인질 석방을 자신의 개인 공적으로 견강부회하는 해괴한 일탈을 계속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현지에서 석방 인질과 함께 언론 앞에 나서 협상을 진두지휘한 공을 스스로 한껏 뽐냈다.

이어 인천공항에서 인질과 작별하기까지 그야말로 자기 PR에 체면을 돌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판과 험담이 쏟아지는 마당에는, 이를테면 "기쁨과 보람을 국민과 나누려는 마음이 앞섰다"며 겉으로나마 수굿한 태도를 보이는 게 도리다.

그러나 그는 어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국정원장의 동정 공개에 대한 시비는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 여론을 나무랐다. "국민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돌보지 않은 정부협상팀의 노력을 외면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내세운 국가정보기관장의 '전략적 선택'을 시비하기에 앞서, 국가가 부여한 직무를 수행하며 국민 세금을 쓰고 다니는 공직자의 태도가 이 따위로 불량하고 방자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애초 무모한 선교 활동을 질책하면서도, 모호한 국제원칙과 국가위신보다 소중한 인명을 위한 협상 노력을 촉구했다. 따라서 절박하지 않은 외부의 평가를 좇아 괜히 협상 후유증을 부각시킬 심사로 국정원장의 노출 행보를 시비할 뜻은 없다.

그러나 그의 언행은 정부와 국정원이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애쓴 노고를 알리려는 충정으로 보기에는, 국내외 정보기관장의 일반적 행동규범 등 어떤 기준에 비춰 보아도 일탈이 지나치다. 공적 동기보다는 개인적 과시와 평판을 노린 행동이라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엄격하게 보면 국정원은 자랑하고 홍보할 게 없다. 군을 파병한 전쟁상태의 아프간에서 국민이 집단 납치되는 정보기관 최악의 실패를 무방비로 당한 과오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국가 역량을 기울이고 막대한 대가를 지불했을 협상 타결을 모두 제 공로인 양 떠드는 것은 잘못이다. 그 수장이 무슨 영웅이나 스타처럼 처신하는 것은 국정원과 정부의 체모를 돌보지 않은 이기적이고 염치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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