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로만 따지면 적어도 25개는 따야 체면이 선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하기만 하다. 세계인구 70억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억명이 아시아에서 살지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국가 전체의 금메달 개수는 총 47개 중 2개가 고작이다.
2일 폐막한 2007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딴 금메달은 남자 110m 허들(류시앙ㆍ중국)과 여자 1,500m(유수프 자말ㆍ바레인)가 ‘유이’하다. 류시앙은 아시아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단거리에서 금메달을 땄고, 자말은 아랍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수준과 아시아 수준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아시아는 트랙종목에서는 미국 자메이카 등에, 필드종목에서는 러시아 핀란드 등에 한참 뒤져 있다.
‘육상의 꽃’ 남자 100m에서는 1위 타이슨 가이(미국)의 9초85와 아시아 1위 노부하루 아사하라(일본)의 10초14는 0.3초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여자 100m에서도 금메달리스트 베로니카 캠벨(자메이카ㆍ11초01)은 아시아 1위 수산시카 자야신게(스리랑카ㆍ11초13)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대표적인 투척종목인 창던지기에서 테로 피트카마키(핀란드)는 90m33을 던져 77m71에 머문 치앙친(중국)을 13m 가량 앞섰다. 이번 대회에 부상으로 불참한 박재명(태백시청)의 한국기록은 83m99.
도약종목에서는 세계 지존과 아시아 지존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1위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4m80을 넘었지만 아시아 최고기록은 4m50(슈잉가오ㆍ중국)에 그쳤다.
6개 정식종목에 출전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노메달이었다. 그러나 2005년 헬싱키대회 때 20위 이내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조선대)이 8년 만에 결승에 올라 9위를 차지했고, 남자 경보 박칠성 김현섭(이상 삼성전자), 마라톤 박주영(상무)이 20위에 들었다.
그러나 메달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만일 2011년 대구대회에서도 메달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육상은 변방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2011년 대회의 성공 열쇠는 경기력 향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은 “2011년까지 10개 종목에서 톱 10에 드는 선수들을 길러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현실적으로 단번에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줄일 수는 없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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