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측이 지난달 중대급 마일즈(MILESㆍ다중 통합레이저 교전훈련 장비) 개발 업체 2곳의 사업 승인을 취소하고, 2003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을 갑자기 중단하는 과정에서 각종 군 내부 규정과 절차를 어겼다는 본보 보도(8월 27일자 1ㆍ8면)에 대해 3일 “사실과 다르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육군측의 반박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달라 ‘거짓 해명’ 논란이 일고 있다.
육군측은 특히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업체들이 제출한 자체 시험성적서(시험 가동 결과)를 평가해보니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는 점을 승인 취소 근거로 들고 있지만, 기품원측은 “평가 중 일부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정확한 승인 취소 사유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대급 마일즈 사업 전반에 대한 진상을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육군이 본보에 제시한 반박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본다.
● 통신 코드
훈련장비의 핵심인 통신코드 부분과 관련, 본보는 “육군이 업체측에 처음에는 PMT90-S002A, MCC97 등의 통신코드를 적용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MCC97만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업을 주관한 육군 비무기체계사업단 관계자는 “2가지 코드는 예로 든 것일 뿐 구체적으로 지정한 코드는 없으며, 향후 부대 활용성 등을 고려해 MCC97로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미 사용 중인 소대급 마일즈와 연동하려면 소대급 마일즈의 PMT 코드도 함께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본보 지적에 대해 “소대급 마일즈에는 쓰고 있는 코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육군 관계자는 “2개 코드 모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당초 요구 조건(요구도)이었다”며 “코드 없이는 마일즈가 작동을 안 하는데 소대급이 코드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 레이저 빔(광탄) 피해 거리
레이저 빔(광탄)의 피해 거리에 대한 해명도 군색하기 짝이 없다. 본보는 “광탄 1발에 1명만 피해를 줘야 하는데 처음 군 요구조건에는 ‘유효사거리까지 적용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가한 게 아니라 최초 군 요구조건의 ‘장비별 제원’에 있는 내용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육군의 한 관계자는 “‘1발에 1명’이라는 피해 범위는 유효사거리 밖에서도 적용돼야 하는데 그 거리를 한정했다”며 “장비별 제원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K-1, K-2 소총의 유효피해 범위에다 ‘유효사거리 플러스 마이너스 0.5%’의 거리 공차를 줬다”며 “이대로라면 유효사거리 보다 더 먼 곳의 표적까지 맞출 수 있는 화기는 불합격”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단이 유효사거리의 개념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화, 정량화라고 하지만 내용이 바뀐 것이 맞고 시점 또한 업체가 이미 제품을 만든 다음이기 때문에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달라진 요구 조건의 실제 시험평가 적용 여부
육군은 또 “이렇게 바꾼 요구 조건을 기품원에 제시했고, 기품원은 업체의 자체 시험성적서를 검토해 2개 업체 모두 미충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기품원은 최초 군 요구조건대로 검토했으며, 보다 구체화 한 내용은 기품원 검토 항목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보가 입수한 육군의 ‘군사요구도 정량화(구체화) 결과’와 ‘자체시험 성적서 등 제출자료 검토 결과 및 향후 사업 추진 관련 방침 통보’ 관련 문서에 따르면 기품원은 구체화 한 항목 중 유효피해 범위 등 최소 25개 항목을 실제 평가에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품원 관계자는 “군 사업단이 제시한 기준에 의해 평가했을 뿐”이라며“육군 규정에는 자체 시험 성적서 평가 결과를 가지고 사업 승인을 취소한다는 근거는 없는데 육군이 기품원 판단을 근거로 사업 승인을 취소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육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 육군의 해명으로 중대급 마일즈 사업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중대급 마일즈 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반드시 따지겠다”고 말했다.
● 마일즈
(MILES·다중통합레이저교전훈련장비)는 과학화장비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면 서교전 상황·피?결과 등을 실시간 디지털 정보로 전송하는 가상 훈련 시스템.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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