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세계 2위인 삼성전자가 1위 정복을 위해 선택한 카드는 ‘스피드 경영’. 빠른 속도의 체질 개선을 통해 노키아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휴대폰 전시회 ‘3GSM 세계회의 2007’에서 “우리라고 세계 1위를 못할 이유가 없다”며 노키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최 사장의 발언 이후 삼성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폰 일변도 전략을 탈피, 중ㆍ저가폰을 쏟아내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중ㆍ저가폰 출시는 무한 성장이 예상되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겨냥한 제품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매년 3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되는 브릭스는 그동안 중ㆍ저가폰에 강점을 지닌 노키아의 텃밭이었다. 삼성전자가 브릭스를 놓친다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출발은 좋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분기 사상 최고치인 3,74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상반기에만 790만대가 판매된 120달러대의 중가폰 ‘SGH-E250’과 60달러 미만 저가형 ‘SGH-C140’ 모델 등이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신흥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이 자리잡고 있다. SCM은 정확한 수요공급 예측 프로그램으로, 휴대폰 부품업체 및 유통업체들과 정보 공유를 통해 생산ㆍ재고 물량을 관리한다. 생산량과 재고를 적절히 조절해 원가를 낮춤으로써 중ㆍ저가폰 생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주목한 최 사장은 SCM 전담팀을 확대 개편하고 업무 비중도 높였다.
SCM뿐만이 아니다. 최 사장은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5월 말 부서 재배치를 단행, 서울 태평로 사옥에 있던 정보통신총괄 사업부 조직을 연구개발(R&D) 부서가 있는 수원 사업장으로 옮겼다. 연구개발과 상품기획, 마케팅, 영업 등 전 분야가 한 자리에 모여 긴밀히 협력해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사장의 스피드 경영은 업무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사내 인트라넷으로 업무 메일을 받을 경우 낮과 밤 구분 없이 10분 내 결정을 내려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최근 실시한 정보통신총괄 조직 개편에서 마케팅과 연구개발 부문의 유사 조직을 과감하게 통폐합해 조직의 몸집을 가볍게 한 것도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세계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제조와 마케팅, R&D 분야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림으로써 원가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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