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중수 KT 사장의 '母竹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중수 KT 사장의 '母竹론'

입력
2007.09.03 00:08
0 0

전화국에서 한국통신, 그리고 KT까지. 유선전화에서 출발해 초고속인터넷,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해온 KT가 올해로 민영화 5주년을 맞았다.

2일 서울 신촌에 문을 연 와이브로 체험관인 ‘W스타일숍’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남중수(52ㆍ사진) KT 사장은 그간의 성과를 ‘모죽(母竹)’에 비유했다. 한국에 자생하는 대나무인 모죽은 웅크린채 뿌리만 뻗다가 심은 지 5년이 지나서야 하루 70~80㎝씩 자란다.

남 사장은 “5년을 웅크렸다가 뻗어나는 대나무처럼 민영화 5년 동안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과실을 만들 준비를 했다”며 “지금의 노력은 5~10년 뒤 커다란 도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가 안됐다면 KT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민영화 덕분에 새롭게 변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덩달아 남 사장도 취임 2년 동안 씨를 뿌리는 ‘모죽의 심정’으로 보냈다. KT 고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탑차를 타고, 전봇대에 오르고, 고객들과 스스럼없이 양말을 벗어 던진 채 족탕에 발을 담갔다. 그는 “고객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가치를 제공해 감동시키는 고객가치혁신(CVI)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현장을 돌았다.

남 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거선지(居善地)’로 정리했다. 그는 “고교 시절 읽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라며 “구름 위에서 허황되게 살지 말고 발 디딘 곳이 땅인 만큼 몸을 낮추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거선지’는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그의 경영철학이자 KT의 고객가치혁신 이념이다.

W스타일숍도 이런 맥락에서 태어났다. 남 사장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생각에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체험관을 열었다. 지상 5층 높이 건물인 이곳은 무료로 제공되는 각종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와이브로를 체험할 수 있으며, 간단한 식음료 및 5층 옥상의 야외 카페에서 족욕도 즐길 수 있다.

와이브로는 KT의 미래형 역점 사업이다. 와이브로가 보편화되면 휴대폰처럼 각자 사용하는 ‘1인 1인터넷시대’가 열리게 된다.

남 사장은 “내년 중 KT의 ‘와이브로 웨이브2’가 새로운 날개를 단다”고 운을 뗐다. 와이브로 웨이브2는 기존 와이브로보다 데이터전송속도가 2배 이상 빨라져 이동 중에 40Mbps로 자료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는 “와이브로 웨이브2를 국내에 제공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중 시험서비스를 거칠 예정”이라며 “내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현재 삼성전자와 단말기 개발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최고경영자(CEO) 철학은 독특하다. 그는 CEO에 대해 “보고(視), 듣고(耳), 즐거움(娛)을 주는 존재”라고 했다. 그래서 수시로 직원들의 이메일을 손수 챙기고, 새벽 5시에 출근해 일일이 답장을 보낸다. 또 직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두 달 동안 기타를 배워 연주하고, 직원들이 선물한 힙합 바지를 입은 채 칵테일 쇼도 선보였다. 철학없는 단순히 보여주는 쇼맨십이라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믿는 남 사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창의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KT뿐만 아니라 한국의 IT산업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 남중수 사장은

 1955년 서울 출생(52세). 한학에 조예가 깊은 할아버지 덕분에 어려서 부터 사서삼경을 읽으며 자랐다.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체신부장관 비서관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대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했지만, ‘더 넓은 인연’을 위해 공직을 택했다고 한다. 이후 첨단산업의 매력에 끌려 82년 한국통신(현 KT) 창립멤버로 합류, 춘천전화국장 경영기획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듀크대 경영학 석사, 메사추세츠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KT의 IMT-2000 사업추진본부장을 거쳐 2003년 KTF 사장, 2005년부터 지금까지 KT 사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취미는 산책과 골프. 틈나면 직원들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점심미팅 번개를 즐긴다. 부인 이혜림(48)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