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물이 안 나오니 정말 좋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시뻘건 녹물이 쏟아져 나오던 수도관이 깨끗하게 청소되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들은 “녹물 때문에 버리는 물이 많아 상수도 요금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며 “수도관을 청소하면서 녹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직접 보니 속이 후련하다”고 즐거워했다.
이날 옥내수도관 청소는 서울시와 환경부 수처리선진화사업단이 수돗물 수질개선을 위해 이 아파트 2개동 80가구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옥내급수관 개량공사 시범사업이다.
직원들은 시범사업 대상인 이 아파트 수도관에 내시경관처럼 생긴 마이크로 로봇을 수도관에 집어넣어 내부 모습을 노트북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 낡은 수도관을 교체할지 수도관 내부를 세척해 내부 코팅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다. 잠시 후 이들은 내부코팅을 하는 갱생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녹이 슨 수도관 안에 고압의 물과 차돌을 갈아 만든 천연규사를 태풍보다 강한 초속 80m의 속도로 불어 넣었다. 결국 시뻘건 녹과 이물질이 모두 떨어져 나왔고, 에폭시 도료를 나선형 기류 분사방식으로 균일하게 뿌려 수도관 코팅에 성공했다.
서울시는 시내 240여만 가구 가운데 58만 가구가 둔촌동 주공아파트처럼 수도꼭지를 틀면 시뻘건 녹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주민들은 지름이 1.5㎝에 불과한 수도관이 집안 내부 벽 속에 묻혀 있어 관을 갈려면 벽을 모두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시는 7월부터 시행된 조례에 따라 소외계층 이용 건물이나 전용면적 85㎡이하 공동주택, 연면적 165㎡ 이하 주택에서 노후한 옥내 급수관을 교체하거나 청소할 때 최대 150만원까지 공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가구당 3일정도 소요되고 갱생작업을 하면 20년동안 수도관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아동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등 사회복지시설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소유 주택에 대해서는 공사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 가구는 총 13만 8,000가구로 시는 2015년까지 모두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5,000가구를 지원할 예정인데 8월 말 현재 1,900가구가 신청했다. 신청은 서울시 통합 민원접수 창구인 ‘다산콜센터’ 120번으로 전화하면 된다.
시 관계자는 “한강물을 고도정수 처리한 아리수는 생수 이상으로 깨끗하지만 노후한 관을 타고 지나면서 가정에서는 탁도가 높아진다”면서 “옥내배수관 청소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