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가 2일 대구 방문을 계기로 사실상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이명박 후보를 적극 도울 것인지, 그렇다면 언제 그가 팔을 걷어 붙일 지가 관심사다. 전당대회 당일 이미 경선 승복을 선언한 박 대표지만 아직까지 화끈하게 이 후보를 돕겠다는 의사 표시는 하지 않고 있다.
지자들 사이에선 ‘아름다운 승복’이란 말과 ‘사실상 우리가 승리했다’는 말이 엇갈려 나온다. 전자는 당 화합에 방점을 찍는 것이고, 후자는 ‘그렇다고 우리가 쉽게 움직여선 안 된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의 향후 착점도 다소 상반된 두 주장이 조합돼 만들어 낼 것이다.
앞으로 박 전 대표 행보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키를 쥔 것은 이 후보측이란 게 당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당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할 충분조건을 네 가지 정도 꼽는다.
우선 예우다. 박 전 대표측은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우리가 이겼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만큼 예우를 갖추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은 반성해야 한다”고 했던 이재오 의원에 대한 원성도 자자하다.
둘째는 인사문제다.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인사 과정을 지켜본 박 전 대표측은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 후보측이 당을 독식하고 나아가 인적 청산까지 하려 든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후 공석 최고위원을 새로 뽑아야 하고, 당직자와 사무처 인사도 예정돼 있다. 시도당 위원장도 새로 뽑아야 한다. 이 후보측이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측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은연 중에 요구하고 있다.
세번째는 당 시스템이다. 박 전 대표측은 이 후보가 당 개혁을 얘기하면서 정작 박 전 대표의 당 개혁 성과를 많이 손상시켰다고 지적한다. 한 측근은 “당권 대권 분리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박 전 대표가 보기엔 이 후보와 강재섭 대표와의 관계는 분명 비정상적이며 과거회귀”라고 말했다. 강 대표를 다시 중심에 세워 당을 이끌어 가는 모양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내놓았던 여러 정책 구상을 당의 공약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측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운하 공약 등 민감한 부분일수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자신이 한 말은 무슨 일이 있더라고 지키려는 사람”이라면 “다만 이 후보측이 그만큼 명분을 줘야만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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