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이르고 국내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기회를 찾기 어려워짐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므로, 이제는 잠재성장률을 개발연대 수준으로 무리하게 끌어 올리려고 하기보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참조해 내실이 있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
● 국제분업체계 활용이 새 기회
이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이나 토건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제분업 체계를 적극 활용하고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기술 및 경영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꾸준히 제고하면서도, 민간 및 공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 지금까지 축적된 역량을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노동집약 부문의 산업공동화에 대해 걱정하거나 외국인 직접투자의 국내 유입을 늘리는 데만 신경을 쓸 단계가 지난 것이다.
특히 신흥 개도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개도국 시장에서 수익성이 있는 사업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이 51%이고 개도국이 49%였으나, 올해는 그 비율이 36% 대 64%로 역전되었다.
상품 수출 외에도 SOC 분야에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투자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축적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 등 후발 개도국의 에너지수요 급증과 자원 민족주의의 강화에 따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자원 확보 차원에서도 기업의 해외진출을 장려해야 한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신도시 또는 공단 개발에 필요한 SOC 확충을 조건으로 자원개발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꽤 있으므로, 에너지ㆍSOC 사업을 패키지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
이처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차원에서 경제 외교적 측면을 포괄한 통합 추진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에너지안보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고, 민간 및 공기업의 해외진출은 이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너지ㆍSOC 분야의 해외사업이 패키지 형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해외 개발원조 및 정상외교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다.
아울러 해외사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물론 개별 기업의 영업비밀은 보호해야 하지만, 해당국가의 사업여건에 대한 이해 및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민관 협력시스템이 필요하다.
● 진출지원ㆍ정보공유 체제 필요
마지막으로 주로 공기업에 해당되는 사안이지만,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법규도 정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평판이 높은 인천 국제공항공사의 경우 해외에서 공항 위탁운영 및 투자에 대한 제의가 있다.
그러나 현행 법은 공항공사의 해외업무 영역을 해외공항에 대한 컨설팅 업무로 제한하고 있다. 공항을 건설ㆍ운영하면서 축적한 역량을 해외에서 활용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사례처럼 공기업이 업무영역을 벗어나 모험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차단해야 하나, 업무영역에서 축적된 역량을 활용하여 해외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
외국에서도 싱가포르의 정부연관기업(GLC), 프랑스의 전력공사(EDF), 중국의 에너지 관련 공기업 등은 해외진출을 통해 국부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의 해외진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은 없애되, 공기업 경영평가에 해외사업에 대한 부분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임원혁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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