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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증 걸린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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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증 걸린 국정원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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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석방 이후 국가정보원의 '지나친 노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탈레반과의 협상을 현지에서 직접 진두지휘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자칫 국제적 논란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지난달 31일 억류생활에서 풀려난 피랍자들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세레나 호텔에서 피랍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국정원은 김 원장이 지난달 22일 아프간 현지로 직접 날아가 막판 협상을 진두지휘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1일 귀국 항공기에 탑승한 뒤 기자들이 아프간 현지에서 협상을 지휘한 이유를 묻자 "역사상 인질 수가 가장 많았고, 현지 통신시설이 좋지 않아 협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서는 빠른 판단이 필요한데, 아프간 가즈니주에서 서울까지 통신이 잘 안돼 (서울에서 협상을 지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더구나 상대가 막판에 추가로 인질을 살해하겠다며 남자 1명, 여자 1명 등 살해 대상 이름까지 제시하는 등 상황이 매우 급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협상 지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아프간행 사실 자체를 노출시킨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김 원장은 카불에서 두바이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기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인터뷰는 좀 그런데…"라며 피하는 듯 했지만, 자신의 아프간행 이유 등 하고싶은 말을 다 했다. 또 "국민을 돕기 위해 멀리까지 와서 고생했는데 잘 써달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는 국내에선 동선(動線) 보안에 매우 민감한 정보기관 수장의 행보로서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석방협상이 타결됐으면 이후 절차는 실무진에게 맡기고 조용히 귀국하는게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정보기관 수장으로서의 올바른 자세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국정원장이 일부러 노출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협상에 국정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의 뜻도 있었지만 원장 본인이 직접 (아프간에)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우리도 원장이 그렇게 노출될 줄 몰랐다"며 놀라워 했다.

국정원도 원 홍보에 열심이었다. 국정원은 탈레반과의 협상을 이끈 '선글라스 맨'의 신분 확인을 거부하다 나중에 "국정원 직원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 직원은 귀국 행 비행기에서 김 원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옆자리를 지켰다.

김 원장은 "김선일 사태 이후 현지와 현지어를 잘 아는 협상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현지어(파슈툰어)를 잘 하는 이 친구가 탈레반을 설득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정원은 또 인질 석방 관련 사진 수백 장을 CD에 담아 기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을 국정원 혼자 다 한 것처럼 생색을 내려는 것도 아니고…"라며 씁쓸해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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