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서류 하나를 움켜쥐고 외국인투자를 1~2년 지연시키는 것은 범죄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아일랜드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끈 아일랜드 투자개발청(IDA) 페이드레익 화이트(65ㆍ현 아일랜드경제사회연구소 이사ㆍ사진) 전 청장의 말이다. 그는 1980년부터 1990년까지 IDA 청장을 맡았으며,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아일랜드 경제성장 신화를 소개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켈트의 호랑이’를 집필하기도 했다.
지난달 28~30일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IBC포럼(이사장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 주최 ‘경제자유구역의 성장동력’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아일랜드 피아나파일당 소속 2선 상원의원인 부인 메리 화이트씨와 함께 방한한 그는 “87년 노조와 경영진, 정부가 협력해 이끌어낸 ‘사회연대협약’이 외국인투자 유치를 가속화시킨 계기”라고 소개했다. 당시 국민들뿐만 아니라 노조 지도부도 “투쟁만 계속하다가는 공멸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껴 외자 유치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였지만, 사회연대협약을 계기로 연평균 7~8%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유럽 최고의 부국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현재 외환보유고가 많아 외국인투자 유치를 절실히 원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유치는 국내 고용 창출과 경제 활력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일랜드 역시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인텔 구글 등 첨단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지식기반경제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일랜드는 인텔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시스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잇따라 유치함으로써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의한 연간 수출액이 770억 유로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5%가 FDI로 창출되는 셈이다. 그는 “아일랜드가 일궈낸 켈틱신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정부와 노사가 오랜 기간 준비하고 기획한 것”이라며 “‘만족한 고객이 가장 훌륭한 세일즈맨’이라는 정신으로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용평=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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