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을 미행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해도 남편의 여자 관계를 의심할만한 사정 때문이었다면 이혼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5년부터 남편 B씨의 행동이 미심쩍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귀가가 부쩍 늦어진데다가 옷에 여성 화장품이 묻어있는 경우도 자주 발견됐다.
아내는 급기야 이듬해 1월 남편의 뒤를 미행했다가 남편이 한 여성을 승용차에 태우는 모습을 목격했고 이후에도 한 차례 더 남편의 뒤를 밟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의부증이 있다”며 아내를 폭행한데 이어 이혼까지 요구했다.
A씨는 남편 명의로 된 아파트가 처분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남편을 상대로 “아파트 지분의 절반을 등기이전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렇게 되자 B씨는 A씨를 상대로 “의부증적 증세를 보이고 내 명의 아파트를 차지하려는 아내와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김형식 판사는 2일 “아내의 미행은 부적절했지만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고도 일체의 설명 없이 아내를 폭행한 남편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내가 소송을 제기한 것도 남편이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며 인감도장을 달라고 하자 위기감이 생겨 법률가의 상담을 거쳐 한 행동이므로 이혼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