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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부-탈레반 추악한 선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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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부-탈레반 추악한 선전전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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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납치 사태가 해결된 후 아프가니스탄 관리들이 탈레반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기 위해 위험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탈레반이 거액의 몸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물론 납치됐던 인질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근거 없는 루머를 외국 언론에 흘리기까지 하고 있다.

반면 탈레반은 이번 사태가 자신들의 승리로 끝났다고 선언하고 납치 이유를 미화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와 알 자지라 방송 등은 탈레반 최고위원회에 출석하는 고위 관계자가 “몸값 2,000만달러(약 187억원)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몸값 지불설이 “탈레반의 명예를 더럽히기 위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abc 방송은 1일(현지시간) 한국이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1인당 5만달러씩, 모두 95만달러의 몸값을 지불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협상단 일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이 관리는 “몸값은 협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면서 “탈레반은 처음부터 1인당 수백만달러를 요구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요구 액수를 낮췄다”고 주장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한 미국 방송에 인질의 명예를 훼손하는 입에 담지 못할 루머를 흘리기도 했다. 파탄 주지사는 인질 협상 초반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으나, 언론에 여러 번 잘못된 정보를 흘려 신뢰를 잃은 사람이다.

이에 앞서 아민 파르항 통상장관과 란진 다드파르 스판타 외무장관 등 아프간 정부 관리들은 인질 사태가 해결되자마자 한국 정부의 대면 협상과 철군 결정을 비판했다. 파르항은 “한국과 탈레반의 협상은 아프간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가 사태 해결 후 ‘몽니’를 부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 해결에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해 체면을 구긴 데다 탈레반과 한국 정부가 대면협상을 함으로써 탈레반이 가즈니주를 포함한 아프간 남부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적 실체라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통해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탈레반은 상대적으로 점잖은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탈레반은 1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를 통해 자신들이 인질들을 납치한 이유는 한국 정부의 미국 지원 및 아프간 내 기독교 선교 활동이라고 밝혔다.

또 “탈레반이 인질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풀려난 사람들이 증언해 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인질들, 특히 종교에서 보호하고 존경할 대상이라고 가르치는 여성들을 잘 돌봐줬다”고 강조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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