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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명랑·과학소설에 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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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명랑·과학소설에 진 빚

입력
2007.09.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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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 작가 한낙원과 명랑소설 작가 오영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 읽은 여러 책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와 <아침이 열리는 하늘> , <금성 탐험대> 같은 두 작가의 작품이 있었던 것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무렵에 나는 그 작품들을 만났다.

오영민 작가는 1926년생이고, 한낙원 작가는 1924년생이다. 두 분은 각기 황해도 봉산과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났으니, 비슷한 연배로 분단된 뒤 남쪽으로 내려와 작가가 되었다.

명랑소설과 과학소설이라는, 어린이와 10대 들의 인기를 끌었던 장르를 창작한 작가라는 점도 공통된다.

초등학생 때 잡지사로 작가에게 보낸 편지가 전달되어, 영광스럽게도 오영민 작가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누런 편지봉투에 다정한 어투로, 존대어미로 쓰인 편지는 지금도 집안 어딘가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소설을 쓰다가 90년대에 문학평론을 겸업하기 시작한 나는 아동문학평론을 쓰면서, 최근에 오영민 작가의 작품을 다시 찾아보았다. 인터넷 헌책방을 뒤져 <6학년 0반 아이들> <2미터 선생님> 같은 작품들을 구했다.

작가 분의 근황을 알아보니, 애석하게도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1994년 귀국해 돌아가신 것이 아닌가.

한낙원 작가의 <금성 탐험대> 는 누렇게 변색된 책을 지금도 갖고 있다.

희귀본에 속할 것이다. 이리저리 근황을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작가 분과 연락이 닿았다. 편지로 약력도 여쭙고, 50년대 신문에 연재한 과학소설 <잃어버린 소년> 의 자료도 받았다. 아동문학에서 과학소설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평론을 쓰는 데도 힘을 얻었다.

올 봄에는 직접 찾아 뵙고 과학소설을 개척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청해 들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귀한 증언을 기록할 기회가 영영 사라진 것이다. 굼뜬 내 행동이 후회스러웠고, 한두 사람의 관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명랑소설과 과학소설은 우리 아동문학의 귀한 영역이다.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해 아동문학이 가난하고 옹색해진 면도 있다. 평론가의 직업의식일까, 아니면 초등학생 때의 각인 때문일까. 오영민론과 한낙원론을 제대로 쓰는 것은 나의 큰 숙제가 되어 있다.

김이구ㆍ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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