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 다카미 지음·한성례 옮김 / 북폴리오 발행·168쪽·8,500원
이 책엔 작년 7월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표제작을 비롯해 작가의 단편 2편이 실렸다.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 소설 중 많은 수가 그렇듯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다.
읽다 보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묵묵히 들어주되 섣불리 참견하려 들지 않는 친구가 곁에 있는 듯하다. 평범한 일상의 기미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 오늘날 한국의 젊은 독자를 사로잡은 일본 소설의 매력일 테다.
두 단편 모두 서른 살 남성 ‘프리터’가 주인공이다. 이혼을 앞둔 표제작의 주인공은 직장 상사이자 재혼을 앞둔 여성 트럭 운전사와 늦여름 더위 속에서 자판기 음료수를 채우러 다닌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근무처를 옮기는 상사에게 주인공은 파경으로 인해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 얘기 속엔 가난한 생활에 치인 꿈, 어긋나기만 하는 아내와의 관계 등 소소하면서도 진중한, 체념적이면서도 절박한 사연들이 핍진하게 드러난다.
상사를 배웅하고 홀로 남아 “갑자기 돌멩이를 발로 차고 싶어”져 “고집을 부리면서 흙을 파”내는 ‘애어른’의 궁상에 냉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단편 <조개 속에서 보는 풍경> 에는 사서인 아내를 둔 자유기고가가 나온다. 4개월치 원고료를 못받을 위기에 망연해 하면서도 일상의 애틋한 것들에 마음 쓰는 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는 이유는 왜일까. 조개>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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