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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석방/ "짐승우리 같은 곳서 흙 묻은 감자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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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석방/ "짐승우리 같은 곳서 흙 묻은 감자 먹어"

입력
2007.09.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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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의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고, 정부가 많은 타격을 입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석방된 분당 샘물교회 단기선교봉사단원들은 31일 국민과 정부에 먼저 머리를 숙였다. 19명을 대표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한국 언론과 회견한 유경식(55) 서명화(29ㆍ여)씨는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이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했다.

29일 석방된 12명과 30일 풀려난 7명은 이날 새벽 카불의 한 호텔에서 30여일만에 눈물의 재회를 했다. 이들은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가 살해됐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 듣고 땅에 주저 앉아 통곡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9시20분(한국시각 1일 1시50분) 유엔 특별기편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도착했으며, 2일 오전 6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 피랍 상황…

납치는 철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7월19일 카불 출발 전 전세버스 기사가 바뀌었고, 가즈니주에서 곧 내릴 것이라며 현지인 2명이 탔다. 30여분 뒤 이들은 AK소총을 쏘면서 버스를 세웠다.

이어 무장 탈레반 2명이 올라타 모두 내리게 한 뒤 승합차에 나눠 태웠다. 탈레반은 선교봉사단의 동선을 미리 알고 납치 요원을 승차시킨 셈이다. 유씨는 “버스에서 내리자 탈레반이 사복경찰이라며 알 카에다로부터 보호해 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조금 있다 소총으로 위협하면서 ‘우리가 알 카에다’라고 태도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잘못하면 이렇게 할 것”이라고 협박해 패닉 상태에 빠졌고, 고 배 목사는 실신했다.

■ 피말리는 억류 생활

피랍 5일 동안 이들은 한 장소에 감금됐다. 창문도 없는 반지하의 짐승우리 같은 곳이었다. 단원들은 “빨리 구출해 달라”고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유씨는 “3일을 안 먹으니 탈레반이 단식으로 본 것 같다”며 피랍 초기 퍼졌던 단식설을 설명했다.

이후엔 음식이 불충분해 기운이 없어 자고 또 잤다. 비스킷을 먹으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달라고 손짓 발짓하기도 했다. 감자 2개를 쪼개서 4명이 나눠 먹은 적도 있다. 나중에는 적응이 돼 흙과 돌이 묻은 감자도 먹을 수 있게 됐다.

3, 4명씩 작은 그룹으로 나뉜 뒤에는 10차례 이상 장소를 옮겼다. 달이 없는 깜깜한 밤에 헤드라이트를 끈 오토바이에 태워졌지만, 때론 걷기를 강요 당했다. 일부 단원들은 갇혀 있던 토굴에서 탈레반과 탈레반이 ‘강도’라고 부르는 집단과의 총격전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인터뷰 내용도 탈레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유씨는 일부 단원들이 내ㆍ외신과의 통화에서 피랍자 일부가 위독하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 “(탈레반이)‘아프다고 해야지 구출해 준다’며 말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품은 전달되지 않았다.

단원들은 살해된 두 사람이 특별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본보기’용으로 무작위로 뽑혔다고 얘기했다. 심씨의 경우 여자4명, 고세훈씨와 함께 있었는데, 탈레반이 갑자기 끌고 나갔다.

유씨는 “탈레반이 들려 준 영어 라디오방송을 통해 남성 2명의 살해 소식을 알았다”며 “누군지는 몰랐지만 젊은 사람들 가운데 반항하거나 탈주 오해를 받고 사살된 게 아닌지 걱정했고, 배 목사는 살해된 것으로 추측했다”고 말했다.

카불=공동취재단ㆍ두바이=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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