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테크놀로지(기술)가 아니라 디자인이다. 결국 (모든 게) 디자인 싸움에서 결정될 것이다."
LG전자가 유럽시장에 대한 전략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 그 동안 친근한 브랜드이미지 구축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디자인을 앞세운 '디자인 경영'을 통해 마켓 리더로서의 위상을 다져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 디자인센터의 총본산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기는 한편, 2010년까지 매출 120억 달러를 달성해 명실상부한 '톱 3'에 진입키로 했다.
▦디자인센터 왜 옮기나= 김종은 LG전자 유럽총괄 사장은 3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IFA)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밀라노 디자인센터를 내년 초 런던으로 옮길 것이다. 런던 현지에 장소도 거의 선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패션과 가구, 독일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에서 디자인 강점이 있는 데 비해 영국은 TV 등 내구제품 디자인에 강하다. 특히 휴대전화 보조금이 가장 많은 탓에 단말기 값이 제로(zero) 수준으로 경쟁이 치열해, 결국 모바일과 TV쪽 비즈니스를 디자인과 연결하려면 옮겨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런던에 LG유럽본부도 있어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도 옮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전략 전환은 그 동안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현재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002년 밀라노에 디자인센터를 설립, 유럽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집중 개발해 큰 성과를 내왔다.
덕분에 매출이 매년 20%씩 급성장 중이다. 2003년 26억 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은 올해 70억~72억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베를린 중심가에 자리한 독일 최대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자툰(Saturn)' 매장의 매니저 이지크카이트 씨는 "5년 전 LG제품이 선을 보였을 때 중저가 제품으로 인식돼 소비자들이 꺼렸지만 지금은 가장 많이 찾는 제품 가운데 하나"라며 "TV부문만을 보면 이미 베를린 시내에서 일본의 샤프, 삼성과 함께 빅3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부처는 프리미엄 디자인이다= 김 사장은 "유럽시장에서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 고가 휴대전화 성공을 계기로 높아지고 있는 브랜드 선호도를, 평판 TV, AV(오디오ㆍ비디오), 가전제품으로 확산시켜 유럽 정보기술(IT) 및 디지털 가전시장을 석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나온 초콜릿폰은 1,400만대, 후속 모델인 샤인폰도 출시 6개월만에 400만대를 각각 넘어섰다.
LG전자는 휴대전화의 경우 2010년까지 유럽 메이저 이동통신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의 프리미엄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 유럽 넘버1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평판 TV는 이번 전시회에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퀴담 LCD TV'의 디자인을 채택한 '디자인 아트(Art)' LCD TV와, 샴페인잔 모양의 '디자인 아트' 홈시어터를 함께 내놓아 유럽지역 공략의 핵심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등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키로 했다. 김 사장은 "전 제품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수익이 좋아지면서 LG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더 분발한다면 2010년엔 유럽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베를린=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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