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고위직 인사에서 장관들과 지방행정 수뇌부의 책임을 확실히 묻는 신상필벌 인사가 부쩍 늘었다. 과거 웬만한 잘못은 묻어 두면서 지도부에 대한 고위직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던 관행을 버리고 책임행정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30일 이뤄진 5개 부처 부장(장관) 인사에서 중국 지도부는 ‘아시아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일컬어지던 진런칭(金人慶) 재정부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셰쉬런(謝旭人) 국가세무총국장을 기용했다. 진 부장은 사교계 여성과의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져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 부주임(차관급)으로 강등됐다.
홍콩 언론들은 “내년 3월 전인대(의회)가 열리기 전까지 국무원 부장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며 “교체된 인사, 감찰부장 등은 그간 좋은 평점을 받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같은 날 위여우쥔(于幼軍) 산시(山西)성 부서기 겸 산시성장은 멍쉐농(孟學農) 전 베이징(北京) 시장으로 교체됐다. 위 전 부서기는 문화부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문화부장에 임명되지 않았다.
관측통들은 6월 산시성 광산과 벽돌공장 일대에서 수천명의 농민공과 미성년자가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도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올 상반기 각종 음식물 안전 사고로 복마전으로 불린 위생부의 부장이 교체되는 등 문제 부서에 대한 경질 인사는 계속 이어져 왔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후난(湖南)성 펑황(鳳凰)현에서 건설중이던 다리가 붕괴돼 건설 노동자 64명이 죽고, 산둥(山東)성 한 탄광이 수몰돼 172명의 광부가 숨지는 대형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자 29일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을 추궁하는 인사가 강도 높게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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