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차 글로벌 빅4를 향하여/ <하> 노사 함께 달려야 세계일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차 글로벌 빅4를 향하여/ <하> 노사 함께 달려야 세계일류

입력
2007.09.01 00:09
0 0

현대ㆍ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노사 갈등이 항상 발목을 잡아왔다.

현대차의 수익구조는 3분기에 바닥을 보이는 묘한 N자형을 띤다. 계절적 요인이 겹쳐 있지만 이른바 하투(夏鬪)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주범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1987년 설립된 현대차 노조는 지금까지 94년 한해를 빼고 19년째 파업을 했다. 18일만 더 파업하면 총 파업일수는 365일이 된다. '20년 간 1년 파업'을 한 셈인데 이로 인해 회사가 입은 매출 손실만 11조원에 이른다. 기아차 노조 역시 회사가 적자를 기록해도 파업을 강행한 끝에 17년 연속파업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파업을 부르는 경직된 노사관계는 이상한 광경을 연출한다. 미국에서 인기를 모은 현대차 아반떼는 주문량이 1.5개월치(1만9,000대 가량)가 밀려 있다. 그런데 늘어야 정상인 올 1~7월 판매량은 전년보다 5,000대 가량 줄었다. 노조 반대로 일감이 많은 곳에 인력을 전환배치해 생산을 늘리려던 회사 계획이 무산된 탓이다.

그래서 한쪽에선 근로자가 특근을 해도 주문량의 절반도 대지 못하고, 다른 쪽에서 일감이 없어 소양교육을 받는다. 선진업체인 도요타, BMW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세계 자동차메이커의 몰락과 성공은 노사관계에서 갈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사분규가 생산성과 품질, 고객신뢰도,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떨어 뜨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존심 GM은 98년 대파업을 겪으며 직원의 퇴직 후까지 생활비와 의료비를 보장했다. 차량 1대당 직원 복지비가 도요타, 혼다의 10배를 넘는 과도한 비용은 생산원가로 전가됐고, 비싸진 GM 차는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GM은 2008년까지 북미 12개 공장의 문을 닫고 3만명을 감원키로 했다. 재규어, 트라이엄프 등을 만들던 영국의 브리티시 레이랜드는 한때 근로자 20만명을 고용한 영국 최대 자동차 기업이었다. 그러나 노사, 노노 갈등이 경영악화로 이어져 92년 파산했다.

GM의 76년 아성을 뚫고 세계 1위에 오른 도요타의 신화를 만든 것도 노조의 힘이었다. 도요타는 50년 75일간의 파업에서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이후 56년간 무분규를 이뤄냈다.

노조는 눈앞의 성과를 배분하기 보다는 생산성이 오르지 않으면 임금을 동결하며 회사가 연구 개발에 전념토록 했다. 도요타는 이를 바탕으로 신기술과 신차종을 잇달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흑자구조를 갖추는 '도요타 웨이(TOYOTA WAY)'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생산성은 이런 도요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차량 1대를 만드는데 도요타는 22시간이 걸리지만 현대차는 30시간, 기아차는 38시간이 소요된다. 해외공장과 비교해도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중국 베이징현대차는 시간 당 68대를 만들 때 현대차 아산공장에선 63대를 생산한다. 기아차의 슬로바키아공장은 한국 공장보다 10배나 생산성이 더 높다.

이런 외국공장 노조들은 한국공장 노조와 달리 회사와의 협력을 주축으로 움직인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선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노조결성 시도가 근로자들의 호응이 없어 불발에 그쳤다.

상생이냐, 투쟁이냐의 갈림길에서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선택한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떠난 길이었다. 그 길에서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은 양적 팽창에 그쳐 경영을 압박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에는 노(勞)와 사(社)가 함께 탈 자리가 없는 걸까. 그렇다면 한국차는 영원한 이류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